[여의도포럼] 지방 소멸 대응할 제도 개선 서두르자

[여의도포럼] 지방 소멸 대응할 제도 개선 서두르자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입력 2024-05-16 00:32

국고 보조금 비례해 지방 자체 부담도 커져…
노인 많은 지자체 재정 악화 ‘악순환’
기초연금 등 일부 복지사업 국가 책임으로 전환해야
쌓이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지자체 재정에 활용 검토를
1995년 자치제 이후 그대로 행정체제 개편 미룰 수 없다

저출생으로 인해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의 위기가 심화하고 있다.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 보고서에 따르면 2050년에 한국 인구는 4711만명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2072년에는 4000만명 아래로까지 떨어질 것이라고 한다. 특히 수도권을 제외한 많은 지역에서 인구 소멸 위기가 현실화하면서 지방자치단체에는 비상이 걸렸다.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시·군·구 228곳 중 절반이 넘는 118곳(52%)이 소멸 위험 지역으로 지정됐다.

지방 인구가 감소하며 지자체의 살림살이도 어려워지고 있다. 인구 감소에 따라 지역의 경제활동도 위축되며 지방세 수입이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발표된 전국 17개 광역시·도 자료에 따르면 전국 지방정부의 재정자립도가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정자립도는 지방정부가 공공서비스 제공에 필요한 자금을 어느 정도 자체적으로 조달하고 있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지방정부의 ‘재정 체력’을 평가하는 목적으로 활용된다.

정부가 지방 소멸에 대응하는 근본적인 해법을 제시하기는 쉽지 않다. 출생률이 빠른 속도로 회복되거나 외국인 이민자의 유입이 크게 증가하지 않는 이상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다만 향후 예상되는 어려움에 대응해 그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정책적 노력은 필요하다.

정부가 지방 소멸에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우선 지방정부의 재정 상황을 정확히 이해하고 국민에게 알려야 한다. 행정안전부가 최근 243개 지자체별로 분산·관리돼 온 재정정보를 클라우드 환경으로 통합하는 ‘차세대 지방재정관리시스템’을 개통한 것도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또한 지역 주민들이 지자체 예산의 핵심 정보를 한눈에 파악하고 유사 지자체와 비교해볼 수 있도록 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할 대목이다.

향후 보다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기 위한 제도적 개선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우선 중앙정부 주도하에 추진되는 국고보조사업 형태의 복지사업을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의 사회복지 예산 중 국고보조사업 비중이 89.4%에 달한다. 중앙정부가 복지 지급 규모를 일방적으로 결정해 지자체에 국고보조금을 지원하고, 지자체는 그 보조금에 상응하는 부담을 ‘매칭’으로 자체 재원에서 마련해야 하는 구조다. 이렇게 되면 복지사업 규모가 클수록 지자체 재정은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지방재정을 압박하는 대표적인 복지사업이 소득 하위 70% 노인에게 지급되는 기초연금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3일 서울 중구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어버이날 기념식에서 기초연금 지급수준을 임기 내 40만원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기초연금 지급 규모는 중앙정부가 결정하지만 그 재원의 일부는 지자체가 부담해야 하므로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지자체일수록 재정에 큰 압박을 받게 된다.

국고보조사업 형태의 복지사업이 확대될 경우 지역 간 재정 격차가 악화하는 단점이 있다. 지방 소멸 위험이 큰 지역일수록 경제활동인구 대비 노인 인구 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따라서 노인들에게 더 두터운 복지혜택을 제공해 줄수록 풍요로운 지역과 어려운 지역 간 격차가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기초연금 등 재정 부담이 큰 일부 국고보조사업을 국가 책임으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중앙정부가 기초연금 지급 규모를 결정하는 만큼 그 재원 조달에 대한 고민도 중앙에서 떠안는 것이 타당하다. 학령인구 감소로 남아도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과 교육세 일부를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할 만하다.

지역의 광역화, 지자체 통합을 포함한 지방행정체제 개편을 위한 논의도 필요하다. 행정체제 개편은 무수히 많은 제도와 복잡한 이해관계가 얽혀 있다. 그 해법을 도출하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지방행정체제는 1995년 민선자치제가 출범한 뒤로 행정 환경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큰 변화 없이 유지돼 왔다. 지역 간 격차 문제 해소와 인구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지자체 규모를 적절한 수준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홍순만 연세대 행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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