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팬덤

[한마당] 팬덤

정승훈 논설위원

입력 2024-05-17 00:40

팬덤(fandom)이란 단어는 대상을 추종하는 ‘팬’(fan)이란 단어에 지위나 영토를 뜻하는 접미사 ‘dom’을 붙인 것이다. 어떤 대상의 팬들이 모인 집단을 일컫는 말로 팬과 관련된 현상을 포괄적으로 지칭한다.

1960년대 비틀즈 열풍이나 1990년대 초반 서태지 돌풍 등을 떠올리며 대중가수 팬들을 많이 생각하지만 오래된 팬덤의 대상은 연예인이 아니라 작품 자체인 경우가 많았다. ‘셜로키언’(아서 코난 도일의 추리 소설 셜록 홈즈 시리즈와 주인공인 셜록 홈즈의 팬덤)이나 ‘톨키니스트’(‘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작가 J.R.R 톨킨과 그의 작품을 사랑하는 사람들) 등이 대표적이다. ‘후비안’(영국 BBC의 인기 드라마 닥터후의 팬들), ‘트레키’(미국 NBC의 드라마 스타트렉의 팬들) 등도 유구한 역사를 지닌 팬덤이다.

팬덤에 대한 인식은 사생팬, 안티팬 등의 용어가 말해주듯 부정적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1992년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의 헨리 젠킨스 교수가 ‘텍스트 밀렵자들(Textual Poachers)’을 발표하면서 팬덤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됐다. 젠킨스는 팬덤을 능동적인 수용자로 보고 일반 수용자들과 다른 특징을 제시했다. 단순 문화 상품 소비자인 일반 수용자들과 달리 팬덤은 지배적 헤게모니 문화에 도전하는 해석틀을 지니고, 스스로 권력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창조적·능동적인 생산 활동을 하는 공동체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여러 긍정적인 요인에도 불구하고 영향력이 세지면서 팬덤의 부작용도 불거지고 있다. 대상에 대한 무조건적 지지, 다른 대상에 대한 배제와 혐오 등이다. 최근 운전 중 사고를 낸 뒤 도주한 혐의를 받고 있는 가수 김호중의 팬 카페에 “별일 아니다”라는 글들이 잇따르며 팬덤 논란이 일고 있다. 그는 그동안 여러 논란에도 팬들의 지지로 활동을 이어왔지만 이번엔 대리신고 의혹까지 제기되며 문제가 커지고 있다. 팬덤이 자숙하는 게 가수를 도와주는 길일 듯한데 팬들이 어떻게 반응할지 관심이 쏠린다.

정승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