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톡!] 교회 잔치에 이웃 작은 교회 목사를 순서자로… 왜

[미션 톡!] 교회 잔치에 이웃 작은 교회 목사를 순서자로… 왜

입력 2024-05-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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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제가 은퇴할 때까지 이런 기회가 안 올지도 몰라요. 사실 오늘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주일인 19일 전북 전주 효자동교회에서 열린 임직예식에서 장로와 권사, 집사 안수 위원으로 참여한 한 미자립교회 목회자의 말입니다. 이날 교회에서는 진영훈 목사의 위임예식과 함께 직분자 임직예식이 진행됐습니다.

임직식만 해도 교회와 노회의 잔치인데 담임목사 위임식까지 열렸으니 노회 임원과 지역의 규모 있는 교회 목회자들이 한데 모여 축하할 만큼 비중 있는 행사였습니다. 앞서 위임식 행사를 준비하면서 진 목사는 한 가지 제안을 했습니다.

“지역의 개척교회 목사님 몇 분께 안수 위원을 부탁드리자”고 말이죠. 여기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습니다. 진 목사가 위임식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남긴 글입니다.

“목사 위임·임직예식을 함께하다 보니 순서자를 열네 분이나 모셔야 했습니다. 노회가 정한 일곱 분을 제외하고 가까운 목사님 등을 배려한 뒤 나머지 세 분이 비어 개척교회 목사님들께 요청했습니다. 그 목사님들이 (평소에 이런 자리에 설 기회가 없다 보니) 인증샷을 잘 찍어 달라고도 부탁하셨습니다. 다시는 오지 않을 기회라고도 하셨어요.”

진 목사의 초청을 받은 개척교회 목회자들은 안수기도자로 교회를 찾았습니다. 개척교회 목사가 이웃 교회 임직예식에 초대받아 순서자로 참여하는 건 흔치 않은 경우입니다. 교세가 작은 것도 서러운데 왜 이런 잔치에도 초대받지 못하는 걸까요.

사실 진 목사는 직전 교회에서 시무할 당시 교단 총회에 “세례 교인 100명 미만 교회도 목사 1인, 장로 1인으로 ‘완전 당회’를 허락해 달라”는 내용을 헌의했습니다. 하지만 다뤄지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이날 위임예식은 작은 교회 목사들에게도 동등한 기회를 주자는 취지였습니다.

현행 장로교단 헌법에 따르면 ‘목사 1명+장로 2명’이 돼야 ‘완전 당회’로 인정합니다. 목회자와 장로가 서로 협력하고 견제하라는 의미가 담겨 있죠. 무엇보다 완전 당회가 돼야 목사 위임식을 할 수 있고 부목사도 청빙할 수 있습니다. 물론 교인 100명이 되더라도 장로를 2명 뽑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이런저런 이유로 완전 당회가 되지 못한 교회는 언제나 제도의 높은 벽에 갇혀 지내야 합니다. 지역교회 위임예식 같은 잔치에도 순서자로 참여할 수 없는 이유 또한 여기에 있습니다.

진 목사는 “교인 100명이 안 되는 교회가 85%에 달하고 교인 고령화까지 겹치면서 적지 않은 목사들이 은퇴할 때까지 위임을 받을 수 없다”면서 “작은 규모 교회들의 이런 아픔에 깊이 공감하고 제도적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노회(연회)나 총회는 통상 중대형 규모 이상의 교회 목회자와 장로 중심으로 움직이는 게 일반적입니다. 그래서 작은교회 목회자들은 세심한 배려가 없다면 설 자리가 없는 게 한국교회의 현실입니다. 급변하는 목회 환경 속에서 보다 더 세심한 관심과 배려가 상생과 성숙의 출발점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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