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보단 관계”… 싸운 날엔 외식으로 풀며 네 남매와 알콩달콩

“환경보단 관계”… 싸운 날엔 외식으로 풀며 네 남매와 알콩달콩

[축소사회 홀리 브리지] <8> 말씀심는교회 이형동 목사 부부

입력 2024-05-21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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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동(왼쪽 세 번째) 목사와 백은실(네 번째) 사모 부부가 지난 19일 경기도 하남 말씀심는교회에서 4남매 자녀들과 한자리에 모였다. 이 목사 제공

2002년 한 커플이 미국 하와이에 타임 캡슐을 묻었다. 그 안에는 ‘결혼한 뒤 자녀계획은 4명’이라고 적혀 있었다. 올해 결혼 20주년을 맞은 부부 슬하에는 그때 다짐대로 4남매가 알콩달콩 함께하고 있다. 조이(19) 온유(17) 사랑(여·14) 시온(여·11)이 주인공들이다.

‘말씀 심는 부모’ 이형동(50·말씀심는교회) 목사와 백은실(49) 사모는 ‘아이들을 좋은 대학에 보내는 교육 이전에 그들이 천국에 갈 수 있는 교육을 하자’는 목표로 자녀를 키우고 있다. 지난 17일 서울 성동구 한 카페에서 만난 부부는 “아이들이 오직 주님만 의지하며 가정 안에서 ‘행복하다’고 고백하고 있으니 어느 정도 목표에 도달한 셈”이라며 웃었다.

부부는 예수전도단 제자훈련과정(DTS)에서 만나 결혼했다. 이 목사가 음악을 공부하는 학생이던 시절 백 사모가 광고회사에 다니며 생계를 꾸렸다. 백 사모는 첫아들 조이를 낳고 3개월 만에 복직했다. 생활비를 벌어야 한다는 책임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일을 계속하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백 사모는 “출산 후 경력단절에 대한 여성들의 고민이 많다. 나도 충분히 이해하는 부분”이라며 “당시 하나님께서 광고회사 디자이너는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조이 엄마’ 역할은 나밖에 할 수 없다는 말씀을 주셨다. 그래서 과감하게 회사를 그만뒀다”고 밝혔다.

먹고 사는 부분을 걱정했다면 할 수 없는 결정이었다. 하지만 이 목사에겐 아이를 키우는 데 ‘환경’보다는 ‘관계’가 더 중요하다는 확신이 있었다.

“요즘 청년들이 자녀에게 최고의 것을 해주지 못할 바엔 출산을 안 하는 게 낫다는 생각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우리는 모든 것을 채워주는 부모가 아니라 하나님의 방법대로 키우는 부모가 좋은 부모라고 생각했습니다. 저희가 결혼 초창기에는 곰팡이 냄새 풍기는 반지하에 살기도 했고 지금까지도 경제적으로 풍요로웠던 적은 없어요. 그런데 그 안에서도 아이들이 우리 가족이 있어 행복하다고 말을 해요. 그 중심엔 하나님이 있고요.”

백 사모도 거들었다. “아이들에게 모든 것을 다 채워주려면 한도 끝도 없죠. 얼마나 해야 만족이 되겠어요. 부모가 하나님이 아이를 책임지실 것이란 신뢰를 하고 있으면 아이들의 표정부터가 달라져요. 부모에게 받은 사랑이 없어 아이를 키우지 못하겠다는 사람도 있던데 저희 남편은 알코올 중독에 폭력적인 아버지 밑에서 자랐고 저도 비슷해요. 그런데 우리 아이들을 다 ‘아버지 하나님’께 받은 사랑으로 키웠어요.”

가족끼리 관계가 돈독하니 다툰 뒤 회복 탄력성도 높아졌다고 한다. 이 목사는 “사춘기에 아이들이 친구들만 찾아가는 건 부모와 대화가 통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다. 하지만 부모와 자녀 간에 신뢰가 있으면 결국 가정으로 돌아온다”며 “아이들과 다투게 되면 누가 잘못했든 내가 먼저 손을 내밀고 사과한다. 미안하다고 말하는 게 부모의 권위가 깎이는 게 아니라는 것을 부모들이 알았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 목사 부부 가정은 ‘싸움은 당일에 맛있는 것을 먹으며 푼다’는 게 암묵적 규칙이다. 이 때문에 어느새 ‘싸운 날은 외식하는 날’이 됐다. 백 사모는 “어느 날 남편과 첫째가 다퉜는데 둘째가 첫째한테 한다는 말이 ‘그래서 오늘 저녁 나가서 뭐 먹을 거야’였다. 나랑 싸워도 밥 먹으러 가자고 하면 어느새 차에 타고 있다”며 “삐져서 말은 한마디도 안 할지라도 꼭 식사를 같이하면서 관계를 풀어나간다”고 말했다.

이 목사는 교회만큼 아름다운 가정의 본을 보일 수 있는 곳이 없다며 교회가 좋은 가정의 사례를 많이 발굴하고 알리길 바란다고 했다. ‘생육하고 번성하라’는 주님의 명령을 강조하고 설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실질적인 모델을 보여주면서 누구나 잘 할 수 있다는 믿음을 줘야 한다는 뜻이다.

백 사모는 “저출산 극복을 위한 공익광고를 보면 너무 깨끗한 집에 잘 차려입은 부모와 자녀의 모습이 나오는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누구나 안다”며 “우리는 반지하에 살 때도 청년들을 많이 초청해서 우리 가정의 모습을 보여줬다. 힘든 것도 기쁜 것도 직접 눈으로 보고 경험해보라는 뜻이었다”고 설명했다. 아이들이 스스럼없이 어른들과 어울려 이야기 나누는 모습, 가정예배 드리는 모습, 소박하지만 함께 식사를 나누는 모습 등을 보여주다 보니 결혼과 출산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이 바뀐 청년들이 많았다고 한다. 무엇보다 큰아들이 ‘엄마아빠처럼 일찍 결혼하고 자녀도 많이 낳고 싶다’고 이야기한 게 가장 큰 보람이였다.

출산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청년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을 묻자 백 사모는 자신 있게 답했다.

“누구나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삶에 대한 두려움이 있죠. 그러나 보이지 않는 길도 믿음으로 갈 수 있어요. 꽃이 떨어져야 열매를 맺는다는데 전에는 ‘나’라는 꽃이 떨어지는 게 무서워 가지에 매달려 있었지만 떨어지고 보니 부모의 자리에서 다시 아름다운 삶이 시작됐어요. 자녀를 낳고 내 인생이 없어질 거라 생각했는데 하나님께서는 내 인생의 작은 한 자락도 사용하지 않은 부분이 없었습니다. 이 기쁨을 누릴 수 있는 용기를 한 발짝 내보면 어떨까요.”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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