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해외직구 금지’ 철회… 정부 일처리 이렇게 허술해서야

[사설] ‘해외직구 금지’ 철회… 정부 일처리 이렇게 허술해서야

소비자 선택권 무시 여론 들끓자
미인증 직구 금지, 3일만에 번복
설익은 정책 국민 불신을 키운다

입력 2024-05-20 00:33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이 19일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해외직구 관련 추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KC(국가인증통합마크) 미인증 해외직구’를 금지키로 한 방침을 사실상 철회했다. 정부는 지난 16일 어린이 및 생활 용품 80개 품목에 KC 인증이 없을 경우 해외직구를 금지하는 방안을 발표했다가 비판이 커지자 19일 ‘위해성이 확인된 제품만 차단하겠다’고 한 발 물러섰다. 민생 조치를 발표 사흘 만에 뒤집은 것인데 정부가 일처리를 이렇게 허술하게 해도 되는지 모르겠다.

최근 중국의 플랫폼 알테쉬(알리·테무·쉬인) 등에서 판매한 초저가 상품으로 적잖은 국내 중소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 직구 상품에서 일부 발암물질이 검출되기도 했다. 정부 조치의 의도 자체를 비난할 생각은 없다. 문제는 안전 및 국내 업체 보호에만 치중한 나머지 소비자 선택권을 도외시한 점이다. 지난해 해외직구 금액은 6조8000억원에 달하고 직구에 필수적인 개인통관고유부호 누적 발급건수가 2400만건이다. 경제활동 하는 소비자 대부분이 해외직구를 경험해봤다는 얘기다.

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1년 기준 해외직구 제품은 정식 수입품보다 평균 23.3% 저렴하고 이를 통해 얻는 소비자 잉여는 5363억원이다. 고물가 시대에 어찌보면 최적화된 구매 행태다. 대통령실이 최근 “민생물가 태스크포스를 통해 물가 안정에 만전을 기울일 것”이라 한 마당에 일부 품목 해외직구 금지 방침은 이율배반적으로 와닿을 수밖에 없다. 여야를 막론하고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라 비판하는 이유다. KC 인증 의무화의 실효성도 의심된다. 해외 판매자의 KC 인증을 강제할 수단도 없고 올 1분기 하루 평균 해외직구 통관 물량만 46만건이나 된다. KC인증 제품의 하자가 적지 않아 국내 신뢰성도 낮다.

유해품을 단속하고 기업경쟁력을 키우기 위해 소비자에게 희생을 감수하라는 것은 답이 아니다. 오히려 규제의 틀부터 뜯어고쳐야 할 것이다. 대형 마트의 새벽배송 제한, 역차별 플랫폼 규제 등을 두고 상상초월의 중국산 저가 공세에 맞서라는 것부터 무리다. 아울러 대책을 발표하기에 앞서 정부가 좀더 여론과 소통하고 심사숙고할 필요가 있다. ‘5세 초등 취학’, ‘주 최대 69시간제’ 등 현 정부 들어 설익은 정책을 내세웠다 접는 행태가 한두 번이 아니다. 거야 국회보다 더 무서운 건 국민의 불신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