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김호중의 거짓말

[한마당] 김호중의 거짓말

한승주 논설위원

입력 2024-05-21 00:40

트로트 가수 김호중의 팬클럽 회원은 15만명이 넘는다. 임영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그의 인기는 노래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그에게는 굴곡진 인생의 서사가 있다. 부모의 이혼으로 방황하던 청소년기, 우연히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의 ‘네순도르마’를 듣고 가수의 꿈을 꾸게 됐다. 좋은 스승을 만나 인생이 변했다. 스승의 눈물과 기도로 가까스로 폭력조직에서 빠져나온 소년은 음악을 통해 바로 섰고, 그 스토리는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한석규 이제훈 주연의 ‘파파로티’(2013년)가 그것이다. 무대를 향한 그의 진심에 팬들은 성원을 보냈다. 그랬던 김호중이 가수 생활 최대 위기를 맞았다. 스스로 불러온 위기다.

음주운전 시인은 타이밍이 늦어도 너무 늦었다. 무려 사건 발생 10일 만이다. 이미 음주 정황이 속속 밝혀지며 사회적 비난이 거세지고 경찰의 구속영장 검토가 알려진 시점이다. 구속되면 사실상 가수 생활 끝. 어떻게든 불구속 상태에서 활동을 이어가기 위한 ‘전략적 시인’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게다가 음주운전 사실만 시인하고 운전자 바꿔치기나 블랙박스 메모리카드 파괴 부분에 대해선 별말이 없다. 지난 9일 사건 발생 후 그는 자숙 대신 4차례 예정된 공연을 강행했다. 공연 취소로 인한 금전적 손해를 막아보겠다는 것이었으리라. 심지어 18일 공연에서는 팬들에게 “진실은 밝혀질 것”이라며 억울한 듯 말했다. 그러니 이번 시인도 진정성이 느껴지지 않는다. 팬과 아티스트의 가장 중요한 고리는 진정성이다. 이게 무너지면 그동안의 서사와 신뢰가 다 무너진다.

그는 팬카페에 “조사 끝나고 모든 결과가 나오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적었다. 우리는 가족이고 이곳은 집이니 잘못을 용서하고 기다려달라는 의미일 텐데 순수한 팬심을 악용하는 건 아닐까. 극작가 안톤 체호프는 ‘거짓말로 땅끝까지라도 갈 수 있으나 다시는 돌아오지 못한다’고 했다. 눈덩이처럼 불어난 거짓말은 그를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 다시 집으로 데려다주진 못할 것이다.

한승주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