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사초롱] 돌아온 탕자, 그 후 이야기

[청사초롱] 돌아온 탕자, 그 후 이야기

안지현 대전고법 상임조정위원장

입력 2024-05-22 00:32

두 아들 중 작은아들이 아버지에게 자신 몫의 유산을 미리 달라고 한 후 집을 떠나 허랑방탕하게 살다가 돈이 다 떨어져 비참하게 되자 돌이켜 다시 집으로 돌아온다는 유명한 이야기가 있다. 바로 성경에 등장하는 ‘돌아온 탕자’ 이야기이다. 우리는 방황하다 다시 따뜻한 아버지 품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는 작은아들에게 자신을 대입하며 반성하기도 하고 그런 패륜적인 아들도 따뜻하게 맞아주었다는 아버지의 마음을 닮으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또는, 그렇게 돌아온 동생을 질투와 시기의 눈으로 바라보는 큰형에게 자신의 율법적인 모습을 비추어 보기도 한다.

성경에서는 돌아온 탕자가 아버지와 눈물로 재회하는 훈훈한 이야기로 끝나지만, 그 후의 이야기는 나오지 않는다. 돌아온 탕자, 그 후의 이야기를 상상해 보자. 어쩌면 탕자는 돌아왔다가 형의 냉대에 상처받고 다시 집을 떠났을 수도 있다. 혹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막상 형이 모든 유산을 물려받자 적반하장으로 형을 상대로 자신의 몫을 나누어 달라고 했을 수도 있다. 탕자가 집을 떠난 후 아버지 사업이 번창하여 자신이 받아갈 몫이 더 늘어났다고 말이다.

나는 법원에서 조정을 하며, 이렇게 형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수많은 탕자들과 아버지 곁에 있었던 형들을 만났다. 형들은 아버지 곁에 남아 병원을 모시고 다니며 고생한 사람은 자신인데, 나 몰라라 하던 탕자가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유산을 달라고 한다며 불만을 제기한다. 이미 아버지가 탕자에게 줄 몫을 미리 주셨다고 말하기도 한다. 반대로 탕자들은 형이 아버지를 모신다는 핑계로 재산을 독차지했고 오히려 자신을 배제한 것은 아버지나 형이었다고 하소연한다.

이런 소송이 가능한 이유는 ‘유류분’ 제도 때문이다. 이 제도에 따르면 아버지가 형에게 모든 재산을 다 물려준다는 유언을 남기더라도 다른 자식들은 자신이 물려받을 수 있었던 재산의 절반까지는 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가 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에서 최근 이 유류분 제도 일부 조항이 잘못되었다며 위헌(헌법불합치 포함) 결정을 했다. 그럼, 이 헌법재판소 결정 후 탕자는 더 이상 형에게 소송을 걸지 못하게 되는 것일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여전히 탕자들은 형을 상대로 유류분 청구 소송을 할 수 있다. 다만 예전에는 아버지에게 패륜을 저지른 탕자들도 법적으로 정해진 일정한 비율의 재산을 무조건 요구할 수 있었다면 이제는 법원이 이를 제재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아버지를 모신 형들은 자신이 아버지를 부양한 내용에 대해 그 기여도를 더 인정받을 수 있게 되었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최근 10년 동안 유류분 반환 청구 소송은 2012년 590건에서 2022년 1872건으로 3배 넘게 증가했다. 어쩐지 요즘 법원에서 조정실로 찾아오는 형제들이 너무 많다 싶었다. 헌법재판소 결정 이후 법원 조정위원들끼리 앞으로 유류분 사건의 향방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어떤 경우이든 법원이 판단해야 할 쟁점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결론이었다. 패륜을 저지른 사람이 누구인지, 부모님을 제대로 부양한 사람이 누구인지, 그리고 그 기여 정도를 얼마나 인정할 것인지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돌아온 탕자, 그 후를 상상해 보아도 알 수 있듯 현실에서 다른 사람의 가정사를 칼로 무 자르듯 판단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소송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상대방이 패륜을 저질렀다고 비난하게 될 가능성도 커질 것 같다. 형제들 간의 싸움을 중재해야 하는 조정위원 입장에서는 더 치열한 형제의 난이 예상되기에 더 긴장된다.

안지현 대전고법 상임조정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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