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특별한 책

[살며 사랑하며] 특별한 책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

입력 2024-05-22 00:36

매일은 아니지만 꾸준히 일기를 써왔다. 풀리지 않는 고민이 있거나 혼잣말을 뱉고 싶을 때, 마음이 혼란스러울 때, 감동적인 순간과 아름다운 장면을 봉인하고 싶을 때, 실수와 무지를 반성하고 의지를 굳게 다질 때 주로 일기를 썼다. 이 습관이 19년째가 되었다.

한두 줄의 문장과 열 줄의 산문으로 차곡차곡 쌓인 일기는 특징이 있었다. 사건과 현상, 인물에 대해서는 뭉뚱그려 썼고 어떤 생각을 하고 무엇을 느끼는지를 자세히 기록하는 편이었다. 일기에는 일관된 사고 패턴이 있었는데 이를 통해 내가 어떤 관점으로 세상을 해석하는지 알게 되었다. 주된 관심사와 신념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스무 살에는 전혀 상상하지 못했던 지금의 삶을 돌아보며 일기는 과거와 현재의 나를 비추는 거울이자 미래의 나와 소통하는 창으로 작용했다.

거센 시간의 유속에 휩쓸려가기 쉬운 추상적인 생각과 감정을 붙잡아 구체화하고 이를 문자로 기록하는 행위는 삶을 깊이 있게 관조하고 관찰하게 하며 자신을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줬다. 일기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좋은 습관이며 누구나 가질 수 있는 삶의 자산이다.

‘한 사람의 인생은 한 권의 책이며 주인공은 자신이다’라는 말이 있다. 책 대신 연극이나 영화로 비유해도 그 뜻은 일맥상통한다. 그렇다면 일생이 어떤 이야기로 채워지길 원하는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사람은 당장 내일 아침에 벌어질 일도 알 수 없기에 훗날의 줄거리나 결말 또한 예측할 수 없다. 그렇다 해도 주인공인 자신도 반할 만큼 매력적인 이야기로 삶이 채워지기를 원한다. 실제로 어떤 이야기를 쓸지는 각자의 몫인데 내 인생은 반전과 서사가 넘치는 탐험기가 되길 바란다. 일기는 우리 삶과 함께 언젠가 반드시 끝나는 이야기이며 스스로 자신의 삶을 기록하는 아주 특별한 책이다.

함혜주 이리히 스튜디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