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코너] 차이나 쇼크의 ‘정치 공학’

[특파원 코너] 차이나 쇼크의 ‘정치 공학’

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입력 2024-05-22 00:37

지난 1월 초당파 연구기관인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에 ‘트럼프 관세의 미국 내 고용 및 선거 효과’라는 제목의 논문이 올라왔다. 2018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시작한 대중 고율 관세와 그에 따른 무역전쟁이 미국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데이터로 실증 분석한 연구다. 저자들은 관세 정책이 현재까지 미국 중심부에 경제적 도움을 제공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부정적인 효과가 더 컸고 좋게 평가해도 ‘본전치기’였다는 게 결론이다. 실제 관세는 해당 분야 고용을 높이지 못했고 오히려 고율 관세에 따른 보복 관세로 일자리가 감소했다.

논문 집필자는 데이비드 오터 매사추세츠대(MIT) 교수, 데이비드 돈 취리히대 교수, 고든 핸슨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 등이다. 이들은 2016년 ‘값싼 중국 제품 수입으로 1997~2011년 미국에서 200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파괴됐고, 영향을 받은 지역에서 마약 중독 등 사회적 질병이 악화했다’는 연구도 발표했는데, 해당 논문 제목이 바로 ‘차이나 쇼크’다.

차이나 쇼크 용어는 저자들의 의도와 달리 단숨에 무역 회의론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빌 클린턴 행정부가 2000년 중국에 ‘항구적인 정상무역 관계’(PNTR·최혜국대우) 지위를 부여한 것과 이듬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을 승인한 것이 중국 부상을 촉진해 차이나 쇼크를 일으켰다고 주장한다. 트럼프 측근 그룹으로 꼽히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해당 정책을 미국 역사상 최악의 실수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이런 논리는 트럼프가 2016년 대선에서 미국 우선 보호주의 공약을 펼치는 데 이론적 토대가 됐다.

주로 강성 공화당 그룹에서 회자하던 차이나 쇼크 용어가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신뢰한다는 경제참모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장 입에서도 등장했다. 브레이너드는 지난 16일 싱크탱크 미국진보센터(CAP) 대담에서 중국의 저가제품 과잉생산을 비판하며 “우리는 과거로부터 배웠다. 미국에서 두 번째 차이나 쇼크가 있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바이든 행정부의 대중 고율 관세 발표와 2차 차이나 쇼크 발언이 대선 6개월을 앞두고 등장했다는 점에 주목했다. 다분히 선거공학적인 의도가 담겼다는 의미다. 트럼프도 2016년 5월 “중국이 불공정 무역으로 미국을 강간한다” “미국 피를 빨아먹고 있다” 식의 강성 발언을 쏟아냈었다.

오터 교수 등의 최근 논문은 그 저의를 유추할 수 있게 한다. 이들은 트럼프 관세 효과를 비판하면서 “공화당은 관세 전쟁으로 정치적 성공을 거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수입 관세에 더 많이 노출된 지역 주민들이 자신을 민주당 성향으로 생각할 가능성은 줄었고, 2020년에 트럼프 재선을 위해 투표할 가능성을 키웠다는 것이다. 거꾸로 중국의 보복 관세가 공화당에 대한 지지를 낮추는 효과는 미미했다. “무역보호를 받는 지역에서 반무역 정서와 공화당 소속감이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게 이들의 결론이다. 관세 전쟁의 경제적 효과는 없었지만, 이와 무관하게 유권자들은 관세정책을 편 공화당이 자신들을 보호한다고 여기게 됐다는 의미다.

물론 중국을 견제하겠다는 의도는 분명하다. 트럼프 행정부와 바이든 행정부 모두 대중 강경책을 쏟아낸 것은 중국 부상에 대한 미국 사회의 두려움이 실제임을 방증한다. 그러나 경제·안보전략에 정치가 끼어들면서 전선은 확대·과열되는 양상이다. 미국 대선 승패를 가를 블루칼라 노동자와 노조가 점점 보호무역주의에 빠져들고 있다는 점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다.

전웅빈 워싱턴 특파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