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채 상병 죽음을 끝내 정쟁거리로 전락시킬 셈인가

[사설] 채 상병 죽음을 끝내 정쟁거리로 전락시킬 셈인가

입력 2024-05-22 00:31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등 야당 의원과 시민단체 관계자들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채상병 특검법' 재의요구 규탄 야당·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해병대원 사망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을 규명하자며 더불어민주당이 통과시킨 ‘채 상병 특검법’에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다.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첫 특검법이란 태생 과정이 말해주듯, 이 법안은 거야의 독주가 빚어낸 결과물이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여섯 번째 거부권 행사를 통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면서 정국은 다시 거친 대결 국면에 접어들었다. 이달 말로 예상되는 국회 재의결을 앞두고 야권은 장외투쟁에, 여권은 표 단속에 나선 터라 21대 국회는 마지막까지 입법 폭주와 거부권의 정면충돌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됐다. 정치의 복원을 바라던 민심은 여야에 거듭 외면당했다.

채 상병 특검법 사태는 재난을 정쟁화한 대표적 사례로 기록될 것이다. 발단은 재난 구조 활동 중 벌어진 장병의 안타까운 죽음이었다. 그 원인과 책임을 규명하는 과정에서 해병대 수사단의 조사 결과가 국방부 장관의 결재를 받았다가 보류되고, 반발한 수사단장이 항명 혐의로 기소됐다. 수사권이 없는 해병대가 조사 대상자의 혐의와 사법적 판단까지 특정한 게 잘못이란 지적, 대통령실의 외압에 처벌 대상을 축소하려 했다는 의혹이 서로 충돌했다. 이에 정권과 대립하던 야당이 외압 의혹을 밝히자며 특검을 꺼내들어 여기까지 오게 된 것이다.

채 상병 죽음의 원인을 ‘규명하던 과정을 규명하는’ 특검법에 이렇게 온통 매달려 있는 동안, 애당초 규명하고자 했던 그 안타까운 죽음의 원인과 책임을 밝히는 본래의 수사는 관심 밖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지금 경북경찰청에서 지지부진한 수사가 계속되고 있는데, 정치권의 누구도 그에 대해서 말하지 않는다. 정작 중요한 본류는 제쳐둔 채 거기서 파생된 곁가지만 붙들고 소모적인 싸움에 매달리고 있는 형국이다. 시작은 젊은 군인을 죽음에 이르게 한 잘못을 가려내 다시는 그런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하는 거였다. 왜곡된 정치가 끼어들면서 재난의 수습과 재발 방지에 우리는 또 실패하고 있다.

사건의 본질로 서둘러 돌아가기 위해서라도 특검법 정쟁을 계속 이어가선 안 될 것이다. 야당이 만든 특검법은 특별검사를 사실상 야당이 정하는 등의 비상식적인 요소가 많다. 이런 법이 나오도록 의혹의 빌미를 제공하고 오히려 키운 여권의 책임도 작지 않다. 공은 다시 국회로 갔다. 정쟁을 넘어 말 그대로 ‘규명’을 위한 타협의 여지는 아직 남아 있다. 여야가 다시 머리를 맞대야 한다. 채 상병의 순직을 정쟁거리로 소모되게 놔둘 순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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