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현실화된 브레진스키의 경고

[한마당] 현실화된 브레진스키의 경고

배병우 수석논설위원

입력 2024-05-23 00:40

즈비그뉴 브레진스키(1928~2017)는 미국 지미 카터 행정부에서 국가안보보좌관을 지낸 외교안보 전문가다. 미국과 소련 간 제2차 전략무기제한협정(SALTⅡ) 체결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이란혁명 당시 팔레비 왕정을 지지해 주이란 미국 대사관 인질 사태의 도화선을 제공했다는 지적도 받는다.

무엇보다 브레진스키는 유라시아 대륙을 체스판에 비유하며 소련 붕괴 이후 유일 강대국이 된 미국의 세계전략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거대한 체스판(The Grand Chessboard)’의 저자로 유명하다. 1997년에 출간된 이 책에는 이런 구절이 나온다. ‘잠재적으로 (미국에)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는 중국, 러시아 그리고 이란이 합세한 거대한 동맹이 형성되는 일일 것이다. 이것은 이데올로기에 의해 통합된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인 불만감에 의해 통합된 ‘반(미)패권 동맹’이다. 그러나 과거와 달리 이번에는 중국이 주도국이 되고 러시아가 추종국이 될 가능성이 높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러시아와 중국은 ‘제한 없는’ 동반자 관계를 선언할 정도로 밀착했다. 이란은 러시아에 드론과 미사일을 공급하고 있고 중국은 러시아와 이란의 석유를 대량 구매한다. 가자전쟁 이후 러시아와 중국의 ‘이스라엘 비판-이란 지지’ 강도는 눈에 띄게 강해졌다. 중국-러시아-이란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반미 동맹이 결성됐다고 볼 수 있다. 이 삼각축이 이념이 아니라 미국 패권에 대한 불만으로 뭉쳤고, 러시아가 아닌 중국이 ‘갑’의 입지임도 분명하다.

27년 전 브레진스키의 예언이 무서울 정도로 적확하다. 이처럼 미국에 가장 위험한 시나리오가 현실화된 건 상당 부분 바이든 행정부 탓이다. 바이든은 러시아 및 이란의 대리인 격인 중동의 군사세력을 ‘억지(deterrence)’하는 데 실패했다. 저명한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은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낙제점을 준다. 상원 외교위원회에서 오랫동안 활동해 자타공인 외교안보통인 바이든이 대외정책에서 발목이 잡힌 게 아이러니하다.

배병우 수석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