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공수처,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전에 수사결과 내놔야

[사설] 공수처, 채 상병 특검법 재표결 전에 수사결과 내놔야

입력 2024-05-23 00:33
오동운 신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이 22일 정부과천청사 공수처로 출근하고 있다. 연합뉴스

오동운 신임 공수처장이 어제 처음 출근하면서 3년 임기를 시작했다. 공수처 수장의 공백은 4개월 만에 메워졌지만 공수처의 앞날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라는 이름에 어울리지 않게 수사역량은 턱없이 부족하고, 정치적 중립성 시비에서 여전히 자유롭지 못하다. 공수처는 출범 이후 3년간 직접 기소한 사건이 3건에 불과했다. 이 중 2건은 법원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공수처 1기 검사들은 대부분 임기 만료 전에 사표를 내고 조직을 떠났다. 공수처 부장검사가 지휘부의 정치적 편향을 폭로하고, 이에 발끈한 차장이 부장검사를 검찰에 고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사기는 떨어졌고, 기강은 엉망이다.

유명무실해진 공수처의 위상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더불어민주당의 채 상병 특검법 추진이다. 특검은 검찰이나 공수처 등 기존 수사기관의 수사가 미진했거나 왜곡됐을 때 가동해야 한다. 수사와 기소는 행정권에 속하기 때문에 입법부가 주도하는 특검은 사후에 보완적으로 도입하는 게 맞다. 그런데 채 상병 사건은 공수처가 고발장을 접수받은 지 8개월이 지나도록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수사를 안 하는 건지, 못 하는 건지 의문이 들 정도다. 지난해 말 실무자들에 대한 참고인 조사나 기초 증거자료 수집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에 대한 출국금지를 내렸을 뿐이다. 총선이 끝난 뒤에야 유재은 국방부 법무관리관과 김계환 해병대 사령관 등을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했다. 만일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특검법안이 28일 국회 재표결에서 통과된다면 공수처는 하던 수사마저 중단해야 한다. 공수처가 유령 취급을 받는 셈이다.

오 처장은 출근길에 기자들을 만나 채 상병 사건 수사가 가장 중요한 업무 중 하나라며 잘 챙기겠다고 의욕을 보였다. 판사 출신으로 수사 경험이 없는 오 처장이 얼마나 신속하고 매끄럽게 수사팀을 지휘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국회가 특검법안을 재표결에 부치기 전까지는 공수처가 최소한의 실체적 진실을 밝혀주기 바란다. 왜 특검을 해야 하는지 판단하려면 공수처가 먼저 수사결과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