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로 뭉치니 영성이 깊어졌다

독서로 뭉치니 영성이 깊어졌다

‘공동체 독서’로 신앙 키우는 모임들

입력 2024-05-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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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그래픽=강소연

‘일(공부) 때문에 시간이 없다’ ‘스마트폰 텔레비전 영화 게임 등 책 이외 매체를 이용한다’ ‘책 읽는 습관이 들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공개한 ‘2023 국민 독서실태조사’에서 한국인이 밝힌 책 안 읽는 이유다. 이 조사에서 지난해 우리나라 성인의 종합독서율은 43.0%를 기록했다. 전자책과 오디오북을 포함한 일반 도서를 1년에 1권도 읽지 않은 성인이 10명 중 6명이란 얘기다. 1994년부터 격년으로 이 조사를 시작한 이래 최저치다.

학생의 종합독서율은 95.8%로 성인보다 두 배 이상 높았으나 이들이 꼽은 주요 ‘독서 장애 요인’은 성인과 같았다. ‘살아가는 데 독서가 도움이 된다’는 응답에는 조사 대상자 과반(성인 67.3%, 학생 77.4%)이 동의했지만 평소 습관이 안 돼 주저하는 이들이 적잖았다.

이들이 꼽은 독서의 3대 효능은 ‘마음의 성장·위로’ ‘재미’ ‘자기계발’이다. 희로애락으로 가득 찬 삶을 지지해주는 인생의 주요 자산 축적에 독서가 도움을 주는 셈이다. 해보면 참 좋은 독서, 선뜻 책장을 여는 비책이 있을까. 국민일보 더미션 토요판팀이 ‘공동체 읽기’로 이 난관을 돌파한 이들을 만났다.

같이 읽으니 절로 동기부여 되네

공동체로 책 읽는 사례가 흔한 건 아니다. 해당 조사에서 책 관련 온·오프라인 커뮤니티 참여 등 ‘독서 활동’을 해본 성인은 4.7%에 그쳤다. 그럼에도 뭉쳐서 책 읽는 이들에겐 이유가 있다. 기독교인, 특히 신학생과 목회자는 신앙 성장과 성찰 및 가치관 확장을 위해 모여서 책을 읽는 경우가 적잖았다.

백석대 신대원에 재학 중인 이정희(왼쪽) 박지수(가운데) 윤덕현 전도사가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카페에서 북코노니아 독서 모임을 갖고 있다. 박지수 전도사 제공

백석대 신학대학원에 재학 중인 박지수 윤덕현 이정희 전도사가 시작한 독서모임 ‘북코노니아’가 이에 부합하는 사례다. 이들은 학기 중 시간이 부족해 읽지 못했던 신앙서적을 함께 읽자는 취지로 지난해 12월 출범했다. 모임 이름은 ‘책’(book)에 교제·사귐을 뜻하는 그리스어 ‘코이노니아’를 붙였다. 이정희 전도사는 지난 2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혼자 책을 읽을 땐 쉽게 포기했는데 서로 독서 분량을 점검해주니 끝까지 읽어나갈 힘이 생긴다. 같이 읽는 것 자체가 큰 동기부여”라고 말했다.

한국교회생태계연구네트워크 회원들이 지난해 11월 서울 마포구 함석헌기념사업회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 교생연N 제공

한국교회생태계연구네트워크(교생연N·대표 한경균 목사)는 목회자 중심으로 구성된 독서모임이다. 독서와 토론, 만남을 통해 각자도생의 생태계를 극복하자는 취지로 지난 2020년 3월 시작했다. 매월 두 권의 책을 읽고 온라인에서 토론하는 이 모임에는 현재 국내외 50여명이 동참 중이다. 책은 ‘한국기독교형성사’ 등 역사서를 주로 읽는다. 한경균 교생연N 대표는 “한국교회와 신학의 위기를 진단하기 위해 한국교회사를 다룬 책을 자주 읽는 편”이라며 “혹 책 내용이 어렵더라도 발제자의 요약정리본을 읽으며 토론하면 내용 파악이 더 수월해진다. 독서가 어려운 이들에게 유용한 방식”이라고 조언했다.

독서모임 포문 소속 목회자들이 지난 17일 서울 강서구 포커스교회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문혁 좋은나무교회 목사 제공

기독교인의 독서모임이라고 기독서적만 읽는 건 아니다. 서울 강서구 지역 초교파 목회자 7인으로 구성된 독서모임 ‘포문’은 신학책뿐 아니라 일반 도서를 격월로 읽는다. 최근엔 소설 ‘불편한 편의점’ ‘소년이 온다’와 중독을 다룬 책 ‘도파민네이션’ 등을 읽고 토론했다. 영화도 함께 보며 교회 밖 세상을 읽는 데도 힘쓴다. 문혁 좋은나무교회 목사는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사람은 책을 딱 한 권만 읽은 사람’이란 말이 있다. 좁은 시각으로 세상과 사람을 대할 때 충돌은 필연적”이라며 “서로 생각을 나누며 내 관점을 건강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게 공동체 독서의 유익”이라고 했다.

신앙 스펙트럼 확장… 선교에도 도움

공동체 독서는 신학 스펙트럼을 확장하는 데도 도움을 준다. 이는 독서모임을 하는 기독교인이 입을 모으는 장점이기도 하다. 기독청년 커뮤니티 플랫폼 ‘크로스디사이플스’(CRD)에서 독서 모임을 이끄는 박진 목사는 “독서로 ‘신앙 스펙트럼’을 넓히면 우물 안 개구리 같은 신앙생활을 탈피할 수 있다”고 했다. 이중직 목회자로 6년째 기독청년과 독서 모임을 갖는 그는 “교회를 오래 다녀도 목회자 몇 명의 설교만 계속 듣기에 예배나 선교 등에 있어 다양한 관점을 접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이를 보완해 주는 게 공동체 독서”라고 설명했다. 일례로 그는 선교관의 확장을 들었다. 신앙서적을 비롯해 베스트셀러 등 각종 책을 읽으며 여러 생각과 문화를 접하다 보면 “해외뿐 아니라 내가 몸담은 현실도 선교 현장임을 자연스레 깨달을 수 있다”는 것이다.

교회에서 빚어지는 갈등 해결에도 공동체 독서가 도움을 준다고 봤다. 박 목사는 “독서 모임에서 책을 읽고 생각을 나누다 보면 자신의 공동체뿐 아니라 한국교회의 장단점과 문제점도 더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고 했다. 한 대표 역시 책을 읽고 담론을 논의하는 문화가 교회에 있어야 신앙공동체가 건강해진다고 봤다. 그는 “워낙 책 읽는 이들이 적다 보니 담론 문화가 교회 내에 사라지고 있다”며 “최근 적잖은 한국교회 청년이 교회를 떠나는 것도 담론 문화의 부재와 무관치 않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우리들의크리스천커뮤니티 회원들이 지난달 말 4월 선정도서인 ‘돈’(죠이북스)을 함께 읽은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우리들의크리스천커뮤니티 제공

온라인 중심의 기독청년모임 ‘우리들의크리스천커뮤니티(우크)’는 문화 홍수 속에서 기독교 세계관을 잃지 않으려고 2021년부터 독서모임을 시작했다. 20~30대 우크 회원 30여명이 재정 관계 결혼 신앙 등 다양한 주제의 기독서적 한 권을 정해 한 달간 읽고 매달 마지막 토요일 오프라인 모임을 연다. 우크를 만든 최성민 전도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장성한 분량의 성장에 이르기(엡 4:13) 위해서는 본질을 다루는 성경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믿음의 선배와의 교제가 필요한데 후자의 가장 좋은 방법은 독서”라고 강조했다.

독서는 이웃과의 소통에도 효과적이다. 작가이자 성서학자인 박영호 포항제일교회 목사는 “이른바 ‘탈진실 시대’다. 각종 정보 속에 섞여 있는 가짜 뉴스에 기독교인도 자유롭지 못한 실정”이라며 “영상 시청과 달리 독서는 자신만의 속도로 정보를 주체적으로 받아들이는 데 유리한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또 “독서로 얻은 성찰과 자기객관화로 타인과의 소통도 원활해질 수 있다”며 “독서를 통한 소통 능력이 향상될수록 선교적 계기도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지역 주민들이 지난 17일 포항제일교회 ‘브리지 북카페’에서 열린 미술 문화 프로그램 ‘문화놀이터’ 강연을 듣고 있다. 포항제일교회 제공

실제로 포항제일교회는 신앙서적뿐 아니라 각종 분야의 책이 구비된 교회 도서관 ‘브리지 북카페’를 지역사회에 개방해 정기적으로 북토크와 문화행사를 진행한다. 박 목사는 “우리 교회 도서관 이용자 절반 이상이 비기독교인”이라며 “그리스도인이 나뿐 아니라 이웃의 세계를 깊이 만나는 도구로 책을 활용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독서, 성숙의 기초이자 필수조건

독서모임의 성공 열쇠는 독서 행위보다는 책이 던지는 주제에 대한 깊은 고민에 있다. 우크의 최 전도사는 “독서 모임에서 깊은 대화로 들어갈 수 있도록 좋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모임의 리더는 주제 관련 서적을 최소 3권을 읽고 주제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있어야 하고 모임 참석자의 고민에 공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독서는 예배 교리와 함께 기독교의 핵심 요소 중 하나다. 기독교는 성경을 신앙의 기반으로 하는 ‘책의 종교’이기 때문이다. ‘책의 사람들’에겐 독서로 신앙을 익히고 이를 토대로 자신의 삶을 해석하는 과정이 반드시 수반된다. 민경찬 비아출판사 편집장은 “책을 중시하는 기독교 속성상 문해력이 꼭 필요한데 이는 독서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다”며 “대한민국의 독서율을 비관하는 분위기에도 교회의 독서율엔 절망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 있다”고 말했다.

손동준 이현성 양민경 신은정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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