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비혼 축하금 논란

[한마당] 비혼 축하금 논란

이동훈 논설위원

입력 2024-05-24 00:40

동서양을 막론하고 먼 옛날 독신자는 이단아 신세였다. 후손을 늘려 노동력으로 삼아야 했던 경제구조에다 가족 중시 가부장 체제에서 독신은 반체제 행위였다. 종교개혁가 마르틴 루터는 독신은 하나님의 가르침에도 어긋난다며 독신으로 사는 가톨릭 사제와 수도자들을 비난할 정도였다. 이화여대 전신인 이화학당이 금혼 학칙을 도입한 것도 학생들이 방학만 되면 강제 혼인으로 학교를 떠나는 모습을 보며 조선 사회에 만연한 여성 독신자 탄압을 막아보려는 궁여지책이었다.

독신자 홀대는 배우자나 자녀 공제를 해주는 우리나라 근로소득세 체계에도 담겨있다. 고대 로마 공화정 때 ‘정식혼인에 관한 율리우스법’이 제정돼 독신자에 수입의 1%를 물린 독신세가 변형된 형태로 볼 수 있다. 무솔리니와 히틀러 시절의 이탈리아와 독일뿐 아니라 소련 루마니아 불가리아 등도 세수 확충 목적으로 처녀, 총각에 세금을 매겼다.

요즘도 독신세 시도가 계속된다. 미국의 몬태나주는 총각에게 세금을 물리려 했다가 처녀를 제외한 건 형평에 어긋난다는 법원 제동에 포기한 적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 당국자들이 저출생 대책으로 독신세 방안을 슬쩍 띄웠다가 여론 반대가 심해지면 거두는 눈치 보기가 반복돼왔다. 박근혜정부의 보건복지부는 대학생들이 참가하는 싱글세 토론회를 후원하면서 1인 가구 과세 방안을 언급했다가 싱글들이 들고 일어나자 사과하기도 했다.

요즘은 비혼도 결혼처럼 존중받아야 할 선택으로 여겨질 만큼 사회가 다변화됐다. SK증권, 롯데백화점, LG유플러스 등 민간기업이 비혼을 선언한 직원에 축하금에 유급휴가까지 줄 정도가 됐다. 이 대열에 공공기관인 IBK기업은행 노조까지 가세해 축하금 지급안을 사측에 요구할 계획이다. 다만 사측이 협상에 응하더라도 이 은행 지분을 절반 넘게 소유한 기획재정부의 허가라는 큰 벽을 넘을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윤석열정부가 저출생대응기획부 신설을 발표하면서까지 국정 최우선 과제로 삼은 저출생 대책과 충돌할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이동훈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