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

[살며 사랑하며]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것

김선오 시인

입력 2024-05-27 00:34

2019년 봄, 음악가 류이치 사카모토는 집 뒷마당에 피아노를 두었다. 비가 내리고, 햇볕이 내리쬐고, 바람이 부는 동안 나무로 만들어진 피아노가 어떻게 자연으로 돌아가는지 천천히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그는 피아노의 조율이 흐트러질 때에도 ‘피아노가 망가졌다’라는 인간적인 표현 대신 나무와 금속으로 이루어진 피아노가 자연으로 돌아가는 것이라 말하고는 했다. 더 큰 시간의 흐름 속에서 피아노라는 사물을 바라본 것이다.

류이치 사카모토는 지난해 3월 28일 오랜 투병 생활 끝에 세상을 떠났다. 그의 몸과 삶 역시 자연으로 되돌아간 셈이다. 그가 남긴 음악들은 여전히 음반 속에 기록되어 남아 있지만 그 음악을 상상하고 연주했던 류이치 사카모토라는 사람은 이제 우리 곁에 없다. 아니, 자연의 일부가 되었으니 우리 곁의 모든 곳에 그가 있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피아노는 류이치 사카모토보다 오래 그의 뒷마당에 머물렀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세상을 떠나던 그날에도 피아노는 부서지고 조각나고 색이 바랜 모습 그대로, 여전히 피아노의 형체를 간직한 채 햇볕과 바람을 쐬었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 전, 류이치 사카모토의 공식 SNS에는 완전히 부서져 자연으로 돌아간 피아노의 사진이 공개됐다. 그가 세상을 떠난 지 약 일 년 만의 일이다. 류이치 사카모토가 생전 마지막으로 출간한 책의 제목은 ‘나는 앞으로 몇 번의 보름달을 볼 수 있을까’였다. 이 피아노는 류이치 사카모토보다 몇 번의 보름달을 더 보았을까. 이제 자연 속에서 피아노의 몸체와 류이치 사카모토의 신체는 하나가 되어 뒤섞일 것이다. 자연의 드넓은 시간 속에서 피아노와 음악가는 더 이상 구별되는 두 존재가 아닐 것이다. 그들은 어쩌면 함께 아름다운 음악을 이루는 파동이 되어 누군가의 귀에 가닿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하며 그의 음악을 다시 들었다.

김선오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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