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생법안 미루고 쟁점법안 강행… ‘최악’ 오명 21대 국회

[사설] 민생법안 미루고 쟁점법안 강행… ‘최악’ 오명 21대 국회

입력 2024-05-28 00:31

여야 원내대표가 21대 국회 마지막 본회의를 하루 앞둔 27일에도 안건 합의에 실패했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한 채 상병 특검법 표결에 참여할 수 없다며 개의 자체를 거부하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은 단독으로라도 강행하겠다는 입장에서 한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국민연금 개혁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의 의지를 밝힌 김진표 국회의장이 합의를 종용했지만 소용없었다. 국민들은 국회 임기가 만료되는 마지막 순간까지 여야의 극한 대결을 지켜볼 수밖에 없게 됐다.

21대 국회는 법안통과율이 35%에 불과해 최악의 국회라는 오명을 얻었다. 여야 모두 정쟁에 몰두해 극단적인 대치만 계속한 탓이다. 과반이 훌쩍 넘는 의석을 확보한 거대 야당의 독주에 윤 대통령이 거부권으로 맞서면서 민생·경제 법안은 뒷전으로 밀리기 일쑤였다. 마지막 본회의 역시 이런 여야의 대치 구도에서 조금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은 지난 2월 본회의에 직회부한 전세사기특별법을 비롯해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로 폐기된 양곡법 개정안을 일부 수정한 제2양곡법, 특정 집단의 이익만 대변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한 민주유공자법·가맹사업법 처리를 강행키로 했다. 떠나는 마당에 비난이 쏟아지는 쟁점법안을 한꺼번에 처리하겠다는 무책임한 모습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의힘 역시 다를 게 없다. 채 상병 특검법 상정 여부만 따지느라 이견이 거의 없는 민생·경제 법안까지 상임위 등에서 시간을 끌었기 때문이다. 결국 인공지능(AI) 산업 육성을 위한 AI기본법, 반도체 등의 투자액 세액공제 일몰 기한을 연장하는 K칩스법, 육아휴직 기간을 최대 3년으로 연장하는 모성보호법이 국회 임기 만료와 동시에 폐기된다.

고준위방사성폐기물특별법처럼 야당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했던 법안도 마찬가지다. 이렇게 폐기되는 법안이 1만6300여건이다. 여야는 마지막 본회의 개의 직전까지 민생·경제 법안을 하나라도 더 처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 새롭게 출발하는 22대 국회가 갈등만을 이어받지 않게 하기 위해서라도 쟁점법안 강행 처리를 중단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