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라그랑주 포인트 탐사

[한마당] 라그랑주 포인트 탐사

전석운 논설위원

입력 2024-05-28 00:40

라그랑주 포인트는 우주 공간에서 두 천체 사이 중력이 상쇄되는 지점을 의미한다. 넷플릭스 영화 ‘승리호’는 우주 쓰레기 집합소로 묘사했지만 실제로는 우주 관측이나 탐사에서 매우 중요한 공간이다. 이곳에 천체 망원경이나 우주 정거장을 건설하면 연료 소모 없이 지구로부터 늘 같은 거리에 세워 놓을 수 있다. 수학적 계산으로 정확한 지점을 찾아낸 18세기 프랑스 천문학자의 이름을 땄다. 지구와 태양 사이에는 5개의 라그랑주 포인트가 존재한다. 약칭으로 L1…L5라 부른다. L1과 L2는 각각 지구로부터 150만㎞ 거리에 있고, L4와 L5는 각각 1억5000만㎞ 위치에 있다. 가장 먼 L3는 지구에서 태양 반대편으로 직선을 그으면 3억㎞ 떨어진 곳에 있다.

라그랑주 포인트가 우주개발의 각축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 하원은 지난해 12월 ‘중국의 우주 굴기에 대항하기 위해 모든 라그랑주 포인트에 전략자산을 신속히 배치해야 한다’고 촉구하는 보고서를 냈다. 중국은 2018년 5월 통신위성 ‘퀘차오’를 L2에 배치하고 일찌감치 라그랑주 포인트 개척에 나섰다. 미 항공우주국(NASA)은 100억 달러(약 13조원)를 들여 만든 우주망원경 제임스웹을 2021년 12월 L2에 쏘아 올렸다. 한국 최초의 달 탐사선 다누리호는 2022년 12월 달 궤도에 진입하기에 앞서 그 해 8월 L1을 지나갔다. 지구와 달 사이 직선 거리(38만㎞)의 15배가 넘는 594만㎞를 비행해야 했지만 L1의 중력 상쇄 효과로 연료는 훨씬 적게 들었다.

‘5대 우주 강국’ 달성을 캐치프레이즈로 내걸고 어제 출범한 우주항공청이 L4 탐사를 대표적인 추진 과제로 설정했다. L4는 전인미답의 우주공간이다. 위성통신망을 교란하는 태양풍 등을 관측하기에 최적의 공간으로 꼽히지만 아직 어떤 나라도 탐사선을 보내지 못했다. 우주개발은 국가 안보와 과학의 발전에 직결되지만 그 과정에서 얻는 경제적 파급효과가 상당하다. 우주항공청의 야망을 응원한다. 언젠가 L4에 태극기가 빛나는 날이 올 것이라는 생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다.

전석운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