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학업성취도 성적, 학계에 100% 개방한다

수능·학업성취도 성적, 학계에 100% 개방한다

정부 ‘교육데이터 활용 방안’ 발표
강남3구·농어촌 성적비교도 가능
교육정책 파급효과 등 분석 기대

입력 2024-05-29 02:00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장에서 시험 시작을 기다리는 수험생들 모습. 연합뉴스

서울 강남 3구와 강원도 ○○군의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 격차는 어느 정도일까. 성적 격차가 커지는 학년은 언제인가. 아파트 가격이나 부모 학력, 사교육 접근성 가운데 수능 성적과 가장 밀접한 변수는 무엇인가. 공교육과 현행 대입 제도는 과연 ‘계층 사다리’ 역할을 하는가. 교육 문제가 거론될 때마다 등장하는 ‘단골 질문’인데, 교육계에서는 제대로 된 답을 들을 수 없다는 평가가 많았다. 1차 책임은 ‘민감하다’며 정보를 틀어쥐고 공개하지 않았던 교육부에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보가 없으니 연구와 공론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채 겉돌기 일쑤였다. 교육부는 앞으로 수능 데이터 등을 학계에 제공해 여러 갈래로 연구를 촉진하는 쪽으로 정책 기조를 바꾸기로 했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5차 사회관계장관회의에서 ‘교육데이터 개방 및 활용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주관하는 수능과 중3과 고2 학생을 표집 평가하는 ‘국가수준 학업성취도 평가’ 자료 공개가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연구 목적이어도 수능 데이터 제공은 제한적으로 이뤄졌다. 100% 전수 데이터가 아닌 70% 표본 자료만 받을 수 있었다. 이마저도 기초지자체 단위가 아닌 광역지자체 단위로만 제공됐다. 예컨대 경기도는 전국적 규모의 사교육 특구와 농어촌 지역이 혼재돼 있다. 정부가 제공하는 데이터로는 유의미한 연구가 불가능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앞으로는 평가를 치른 모든 학생의 데이터를 기초지자체 단위로 제공한다. 학교명이나 개인 정보를 유추할 수 없도록 3년 전 자료를 비식별 처리해 준다. 예를 들어 강남 지역 수능 응시자의 과목별 표준점수와 백분위 점수, 등급이 나온다. 전국 평균과 특정 지역 수험생은 물론 고3 재학생과 n수생의 성적 비교도 가능해진다.

세 가지 정도의 정보 공개 효과가 예상된다. 먼저 교육 정책의 파급력을 과학적으로 분석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문·이과 통합형 교육과정과 수능이 도입된 이후 지역별 학력 차이를 엿볼 수 있다. 최근 의대 입학정원을 2000명 늘린 정책이 몇 년 뒤 입시 현장에 미친 영향도 분석할 수 있다. ‘의대 쏠림’으로 유입된 n수생의 학력 수준이나, 지역인재전형 확대가 지역별로 얼마나 영향을 끼쳤는지 사교육 업체의 ‘추정’이 아니라 정부 공식 데이터로 연구한 결과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 한 전직 교육부 관료는 “정치권이 입시 정책에 함부로 개입해 안정성을 흔드는 경우가 많았지만 과학적으로 정책 효과가 분석된다면 정치인들도 신중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자체 경쟁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학생들의 수능 성적이 지역별로, 과목별로 상세하게 공개된다. ‘이 지역 학생들은 국어 성적은 좋지만 수학 성적이 전국 평균 이하’ 같은 데이터가 공개된다는 의미다. 광역지자체, 기초지자체, 시·도교육청, 교육지원청이 방관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또 여러 분야에서 ‘교육 난제’에 대한 해법이 나올 수 있다. 정치, 경제, 부동산, 재정 전문가가 교육 데이터를 분석해 교육 학자들과 다른 시각을 제시할 수 있다. 다만 사교육에서 데이터가 악용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교육부는 연구자가 제출한 연구 계획서와 보안 서약서를 꼼꼼히 심사할 방침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연구목적 외로 활용될 경우 형사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을 명확히 고지하는 등 보완 장치를 마련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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