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마약이 검출됐다니

[사설] 모든 하수처리장에서 마약이 검출됐다니

입력 2024-05-30 00:33
최근 4년간(2020~2023년) 지역별 필로폰 일일 사용추정량. 식품의약품안전처 제공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불법 마약류인 필로폰이 검출됐다. 중독성과 위험성이 상당한 코카인도 나왔다. 정부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한 지 오래지만, 이미 우리 사회에 마약이 확산됐고 종류도 다양해졌다는 증거다. 충격적이고 우려스럽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하수처리장에서 시료를 채취해 잔류 마약류를 분석한 결과, 4년 연속 조사 대상 하수처리장에서 한 곳도 빠짐없이 필로폰이 검출됐다. 하수처리장 시료 채취는 수사·단속기관 적발 외에 실제로 사용되는 마약류의 종류 등을 파악할 수 있어 해외에서도 활용 중인 기법이다. 일부 지역에서 검출된 코카인은 전국 평균 사용추정량이 2020년 0.37㎎에서 지난해 1.43㎎으로 늘었다. 주로 서울에서 검출되다가 지난해 처음으로 세종 지역에서도 검출됐다. 하수처리장별로 필로폰은 시화·인천, 암페타민은 청주·광주, 엑스터시는 시화·목포, 코카인은 서울·세종에서 높게 나왔다.

마약이 일상까지 파고들었다는 징후는 최근 몇 년 새 수차례 감지됐다. 서울 강남 학원가에 등장한 마약 음료, 유명 연예인들의 마약 투약 사건, 대학가에 배포된 마약 구매 광고, 상습적인 마약 모임 등이 그것이다. 이번 조사는 마약류 사범의 숨겨진 범죄 비율을 고려할 때 우리 사회의 불법 마약류 사용자가 만연했음을 짐작케 한다. 특히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합법화되지 않은 코카인 사용추정량이 눈이 띄게 늘고 있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마약 중독 확산의 위험성과 사회적 손실을 고려할 때 특단의 대책을 세워야 한다. 국가 차원의 예방 교육 및 치료와 재활을 위한 인프라 확충과 지원 등이 필요하다. 검찰·경찰뿐 아니라 관세청 식약처 보건복지부 등 마약류 정보를 통합 연계하는 체계를 구축해 단속의 실효성을 높여야 한다. 관리 가능한 임계치를 넘어서기 전에 뿌리 뽑아야 할 것이다. 골든 타임을 놓쳐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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