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함은 금물, 노력하고 기다리면 좋은 결과 온다”

“조급함은 금물, 노력하고 기다리면 좋은 결과 온다”

‘153전154기’ 우승 배소현

입력 2024-06-01 07:17
배소현이 지난 26일 경기도 여주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투어 E1 채리티 오픈 최종라운드 4번홀 세컨드샷을 치고 있다. 배소현은 주특기인 장타의 드라이버샷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아이언샷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KLPGA 제공

“이 모든 영광을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 돌린다.”

지난 5월 26일 막을 내린 KLPGA투어 E1채리티 오픈에서 KLPGA투어 154번째 대회 출전만의 감격의 생애 첫 승을 거둔 배소현(31·프롬바이오)의 우승 소감은 많은 사람의 가슴을 먹먹하게 했다.

배소현은 2011년에 KLPGA에 입회했다. 하지만 곧장 1부 투어에 진출하지 못하고 6년간 2부 투어에서 눈물 젖은 빵을 먹어야 했다. 2017년에 KLPGA투어에 입성했지만 2017년, 2018년 2년 연속 시드 유지에 실패했다.

2019년에 다시 드림투어로 내려간 배소현은 2020년에 KLPGA 투어에 복귀, 5년 연속 시드를 유지하다 KLPGA투어 154번째 출전인 이번 E1 채리티 오픈에서 감격의 생애 첫 우승을 거뒀다. 그것도 대회 최고령 우승이어서 감동은 더 컸다.

배소현은 16세에 골프를 시작하고 4년 만에 프로가 됐다. 세미 프로는 두 차례 도전 만에, 그리고 준회원이 된 해의 마지막 점프투어서 우승하면서 정회원 자격까지 획득했다. 엄청난 성장 속도다.

그런 점에서 그의 우승은 아직도 첫 승을 신고하지 못한 선수와 그 부모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다. 많은 부모가 자식의 성공을 위해 뒷바라지를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한 경우가 허다하다.

배소현의 아버지도 그런 경우다. 딸을 골프에 입문시켜 지도자로, 캐디로 직접 나서며 뒷바라지했건만 딸이 2부 투어서 활동하고 있을 때 병을 얻어 투병하다 세상을 뜨고 말았다. 배소현은 “나의 이번 우승이 아직 우승이 없는 선수와 부모님들에게 희망이 됐으면 한다”면서 “나도 2부 투어 생활을 오래 했다. 그런 경험이 정규투어 우승 원동력이 됐다. 지금 당장 성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노력하고 기다리면 분명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제발 부모님들이 조급증으로 가슴 졸이다 병을 얻지 않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밝혔다.

자신을 믿어준 아버지께 ‘믿어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는 배소현은 “투어 생활을 하면서 아버지가 캐디백을 메주셨던 코스에서 플레이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투어 생활은 아버지를 추억할 방법이다. 내가 골프를 계속하려는 이유다”라는 말로 아버지에 대한 그리움을 대신했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2년간 KLPGA투어 출전권을 획득했다. 2년간 투어 활동은 보장된 것이다. 하지만 거기에 만족할 배소현이 아니다. 그는 “몸 컨디션만 허락하면 할 수 있을 때까지 하겠다”라며 “결혼은 하면 좋겠지만 지금 같아선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남자를 만날 시간이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성격적으로도 배소현은 충분히 롱런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무엇이든 맞다고 생각되면 될 때까지 하는 성격이다. 오늘 안 되면 내일, 올해 안 되면 내년에는 반드시 될 것이라는 확신을 갖고 최선을 다하며 기다린다”고 했다.

31세의 적잖은 나이에 또래 선수들에게서 볼 수 없는 장타력도 배소현의 롱런을 가능케 하는 요인이다. 그는 올 시즌 드라이버샷 비거리 부문에서 황유민(21·롯데), 방신실(19·KB금융그룹), 윤이나(21·하이트진로), 문정민(21·SBI저축은행)에 이어 5위(255.5302야드)에 자리하고 있다. 1위(260.2571야드) 황유민과도 불과 5야드 차이다.

사실 배소현은 원래 장타자가 아니었다. 한때는 허리 부상으로 고생도 했다. 스승 이시우 프로는 “체형이 무거운 느낌이 아닌데 코어가 좋고 균형이 좋아 장타를 친다. 허리가 아주 안 좋았는데 코어 트레이너와 꾸준하게 재활 운동을 하면서 비거리가 늘었다. 최근에는 헤드 스피드 최고 기록도 경신했을 정도다”고 추켜세웠다.

이 프로는 “그냥 멀리만 치는 것이 아니다. 똑바로 멀리 친다”며 “주특기인 드라이버샷을 최대한 살려주는 아이언샷 콘택 능력만 보완하면 대성할 선수다. 올해로 7년째 같이 하지만 장기 플랜을 갖고 운동을 하는 보기 드문 유형이다”고 평가했다. ‘갈수록 발전하는 선수’라는 것이다.

배소현은 “골프선수로서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게 목표다. US여자오픈 출전도 그중 하나”라며 “미국뿐만 아니라 일본투어도 기회가 되면 진출할 생각이다”는 포부를 밝혔다.

정대균 골프선임기자 golf560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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