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전공의 이탈 100일… 병원 시스템도 개혁해야 한다

[사설] 전공의 이탈 100일… 병원 시스템도 개혁해야 한다

입력 2024-05-30 00:31
지난 2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 수련병원의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지난 2월 20일 병원을 떠난 지 29일로 100일이 됐다. 환자들은 전공의들이 사라진 병원에서 여전히 마음을 졸이고 있고, 병원 경영은 악화일로다. 의대 증원이 사실상 확정돼 의료개혁은 첫걸음을 뗐지만 전공의들의 복귀가 미뤄지면서 병원은 매일 살얼음판이다. 그동안 전공의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했던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건복지부 집계 결과 전날 기준 수련병원 211곳에서는 레지던트 1만501명 중 864명만 출근(출근율 8.2%) 중이다. 정부는 27년 만의 의대 증원 성사에 의미를 부여하면서 전공의들이 돌아와야 한다고, 복귀하는 전공의들은 불이익을 최소화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전공의들 사이에서는 아직 뚜렷한 움직임이 감지되지 않는다.

환자들은 100일째 이어지는 의료 공백을 고통 속에서 견뎌내고 있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는 이날 정부와 의료계에 “소모적 강대강 대치를 당장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정부에는 “의료사고 위험이 높고 근무 환경이 열악하며 개원의보다 수익이 적은 필수 의료를 살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고, 의료계에는 “원점 재검토만을 주장할 것이 아니라 의사와 환자 모두에게 좋은 의료 환경을 만들 방법을 제시하라”고 요구했다.

의료계는 아직도 의대 증원 원점 재검토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지만 오는 31일까지 각 대학이 모집요강을 확정하는 절차가 끝나면 이 주장은 의미가 사라진다. 의사들의 ‘증원 불가’ 목소리는 사법부를 설득하지 못했고, 정부가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의료개혁을 되돌릴 수도 없다. 정부와 의료계는 지금의 의료 공백 상황을 의료 시스템 개선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렇게 하려면 전공의들이 복귀해서 현장의 목소리를 들려줄 필요가 있다. 자신들의 근무 여건 개선을 위해,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개혁을 위해, 무엇보다도 환자들의 고통을 덜기 위해 하루빨리 복귀해야 한다. 전공의에게 업무와 책임이 과도하게 부과됐던 기존의 병원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도 의료개혁이 이뤄내야 할 중요한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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