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난에도 신앙 이어가는 20만 카친족 의료 공백 고통까지

고난에도 신앙 이어가는 20만 카친족 의료 공백 고통까지

아세안친선협회가 전하는 현지 실상

입력 2024-06-04 03:04 수정 2024-06-04 1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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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 카친족 난민들이 지난 4월 난민 캠프에 마련된 임시거처에서 돗자리 등을 깔고 생활하고 있다. KAFA 제공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부의 탄압도 이들의 마음에 새겨진 복음을 빼앗을 수 없었다. 오히려 더 민주화 투쟁에 나서게 했다. 많은 이들이 희생됐고 민족은 전국으로 뿔뿔이 흩어져 난민으로 전락했지만 지금도 주일이면 90% 넘는 이들이 교회에 모이는 진정한 신자의 삶을 살고 있다. 미얀마 카친족 이야기다.

백성기 한국아세안친선협회(KAFA) 상임이사가 3일 전한 카친족의 상황은 여전히 녹록지 않다. 카친족은 1962년 이후 세 번째 이어진 쿠데타로 뿔뿔이 흩어져 20만 명 가까운 수가 난민이 됐다. 난민 캠프만 해도 170여 개에 이른다. 이들은 주로 미얀마 최북단의 중국과 인도 접경 카친주에 사는데 최근 이곳을 방문한 백 상임이사에 따르면 현지인에게조차 이 지역 출입이 제한돼 카친족은 극단적인 빈곤 상황에 놓여있다고 한다.


백 상임이사는 “난민촌을 비롯해 카친주 곳곳에서는 물과 전기 부족 문제에 더해 말라리아 같은 전염병의 유행으로 고통이 더해지고 있다”며 “군부와의 무력투쟁으로 인한 부상자 역시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더욱이 6월부터는 우기에 접어들어 걱정이 더 크다고 했다.

현지교회가 연합해 만든 카친침례교단(KBC)이 국제구호단체들의 지원에 힘입어 난민촌을 운영하고 있지만 많은 것이 부족한 상태다. 특히 열악한 의료시설과 의료진 부족은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다. 이에 KBC는 고통받는 이들에게 고품질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카친주 미찌나에 오는 7월 완공을 목표로 카친기독병원을 건립 중이다. 2022년 1월 공사를 시작해 건축은 어느 정도 마무리됐지만 최근 불안한 정세로 환율과 자재비가 급등해 내부 설비와 의료기기 구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필요한 예산만 30억원에 달한다. 이미 산 의료장비도 내전의 격화로 원활한 배송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미얀마 선교를 위해 세워진 KAFA는 KBC의 요청을 받고 지난해부터 병원 건립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백 상임이사는 “의료장비 구매 문제가 해결되고 배송이 차질 없이 이뤄지면 이르면 오는 10월에는 개원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쉽지 않다”며 “올해 안에 하루속히 병원을 개원해 고통받는 현지인들이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백 상임이사는 불교국가인 미얀마에서 숱한 탄압 가운데 기독교 신앙을 지켜낸 카친족을 위해 한국교회가 관심을 두고 지원에 나서줬으면 한다는 뜻을 전했다.

상좌부 불교(소승불교)를 따르는 미얀마는 ‘불교의 성지’로 불릴 만큼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중요한 불교국가다. 기독교는 1813년 아도니람 저드슨 미국 선교사에 의해 처음 전파됐다. 이후 미얀마 기독교인들은 군부세력에 맞서 민주화운동을 벌여왔다.

카친족을 도와야 할 이유를 묻자 KAFA 이사장인 홍정길 목사는 직접 경험한 이야기를 들려줬다.

홍 목사는 “10여 년 전 카친족이 사는 지역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몇몇 사람들이 가방을 하나씩 들고 다니는 것을 봤다”며 “나중에 알고 보니 그 가방은 자신보다 가난한 이들에게 나눠줄 여러 물품을 넣어 다니는 용도였다”고 했다. 이어 “사마리아인처럼 사는 이들이 있다는 걸 보고 무척 경이로웠다”고 덧붙였다.

백 상임이사도 “기독인으로서 성경대로 살려고 노력하는 카친족을 보며 순수했던 초대교회적 신앙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며 “카친족이 지금까지는 생존에 집중했다면 최근 발생한 쿠데타를 통해 미얀마 지역의 복음화를 위한 첨병 역할을 해나가려는 그들의 모습을 보며 세계 선교에 있어 한국교회의 중요한 동반자가 될 것이라 기대가 된다”고 했다.

백성기(왼쪽 두 번째) 한국아세안친선협회(KAFA) 상임이사가 지난 4월 27일 미얀마 카친주 미찌나에 건립 중인 카친기독병원 앞에서 현지 관계자와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모습. KAFA 제공

홍 목사가 이사장으로 섬기는 밀알복지재단은 오는 13일 서울 세종대학교에서 ‘제21회 밀알콘서트’를 개최하며 병원 건립 지원에 나선다. 밀알콘서트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음악을 즐기는 통합 콘서트로 2004년 장애인의 문화향유 등을 목적으로 시작됐다. 콘서트 수익금 전액은 취약계층 복지에 사용해 왔는데 누적 후원 액수만 해도 지난해까지 70억원이 넘는다.

올해는 콘서트 수익금 일부를 카친기독병원 건립을 위해 지원할 예정이다. 남은 수익금은 장애와 질병 등으로 요양이 필요한 노인들이 집처럼 편한 공간에서 요양할 수 있는 ‘노인 요양 공동생활가정’ 건축에 데 쓰인다.

홍 목사는 “성경 말씀대로 살며 그 흔적을 많이 남기는 그들에게서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너무 많다”며 “병원 건립 지원은 단순한 물적 지원을 넘어 영적으로 우리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하나님 섭리의 일부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이어 “6·25전쟁의 어려운 시기를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세계 기독인들의 도움 덕분이었다”며 “이제는 우리가 그 빚을 갚을 때라 여기며 하나님의 큰 계획에 동참해달라”고 덧붙였다.

백 상임이사는 “미얀마가 속한 인도차이나반도를 성경이 말하는 ‘땅끝’이라 생각한다”며 “고난 속에서도 복음을 지켜온 보석 같은 카친족을 도와 그들을 통해 인도차이나반도에 하나님의 나라를 세워나가는 일을 지원하는 건 한국교회에도 중요한 시대적 사명이 아닐까 한다”고 했다. 이어 “병원 건립이 현지에 기독교 지도자를 세우는 일로 이어지고 미얀마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신앙의 전진기지 역할을 감당하도록 한국교회가 도와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후원 참여는 ‘카친기독병원 후원 캠페인’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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