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믿고 아들 맡겼는데…” 훈련병 사망에 팻말 든 부모들

“군 믿고 아들 맡겼는데…” 훈련병 사망에 팻말 든 부모들

철저한 수사와 재발방지 촉구
인권위, 직권조사 의결 3주 연기

입력 2024-06-05 02:11
4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열린 ‘육군 12사단 훈련병 가혹행위 사망 사건 규탄 및 진상 규명 촉구 기자회견’에서 참석자들이 ‘훈련 아닌 가혹행위!’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진상 규명을 촉구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육군 제12사단에서 이른바 얼차려를 받던 중 숨진 훈련병 사건과 관련해 군에서 자녀를 잃은 유가족과 현역 장병 부모들이 4일 진상규명과 재발 방지를 요구하고 나섰다.

군인권센터와 군 장병 부모들은 이날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국민들과 군에 자녀를 보낸 부모들이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며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조속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들은 ‘믿고 맡긴 우리 자식 언제까지 죽일 거냐’ 등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들었다.

2022년 11월 집단 따돌림을 겪다 극단적 선택을 한 고(故) 김상현 이병의 아버지 김기철씨는 “상현이를 죽음으로 내몬 12사단에서 또 한 명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알고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무슨 염치로 자식들을 군대에 보내라고 통지서 쪼가리를 집집마다 보내는가”라며 울분을 터뜨렸다.

사망한 훈련병의 한 동기 아버지는 익명으로 센터 측에 편지를 보냈다. 그는 “아들은 가혹행위에 동기가 죽은 고통의 기억을 평생 안고 살아야 한다. 부모로서 아들이 이런 사회에 살게 해서 미안하다”고 했다. 편지는 고 윤승주 일병(윤일병) 어머니가 대독했다. 2016년 급성 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고 홍정기 일병 어머니도 국가와 수사기관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했다.

군인권센터는 이번 훈련병 사망의 원인을 고문이라 규정하며 유엔 고문방지협약을 위반한 사고라고 주장했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채 상병 사망 사건으로부터 1년이 지난 지금도 바뀐 것이 없다. 가혹행위에 따른 사망”이라며 “확실한 재발 방지 대책은 분명한 진상규명에서 출발한다”고 말했다.

앞서 훈련병 A씨는 지난달 23일 오후 강원도 인제의 부대에서 군기훈련을 받던 중 쓰러져 민간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이틀 만에 숨졌다. 당시 부대 중대장은 훈련병들에게 완전군장을 멘 상태에서 구보와 팔굽혀펴기 등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가인권위원회 군인권보호위원회(군인권소위)는 이날 훈련병 사망 사건에 대한 직권조사 개시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지만, 의결하지 않고 논의를 3주 뒤로 연기했다. 직권조사 여부는 오는 25일 열리는 다음 소위에서 재논의될 예정이다.

한웅희 기자 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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