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너무 좋아 불안했던 5월 날씨

[한마당] 너무 좋아 불안했던 5월 날씨

태원준 논설위원

입력 2024-06-08 00:40

가을 하늘이 유독 파란 것은 공기가 그만큼 깨끗하기 때문이다. 대기 중에 빛이 충돌할 먼지나 수증기 입자가 적어서 햇빛에 담긴 여러 빛깔 중 파장이 짧은 파란 빛이 더 많이 흩어진다. 올해는 5월의 하늘이 그렇게 파랬다. 서울 초미세먼지 농도가 제주에서나 보던 한 자릿수로 떨어진 날이 여러 번일 만큼 청정했다. 2014년 미세먼지 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깨끗했던 5월 대기는 잦은 비와 이례적인 북풍 덕이라고 한다. 차고 건조한 북쪽 바람이 먼지를 날려 보내고 수증기 입자도 말려서 봄의 싱그러움을 만끽하게 했다.

너무 좋을 때 불쑥 치미는 원인 모를 불안감은 ‘계절의 여왕’ 5월이 끝나갈 무렵 찾아왔다. 우리가 오랜만에 찾아온 신록의 봄에 눈부셔 할 때, 지구촌 곳곳은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50도 안팎의 ‘살인 폭염’이 덮친 동남아에선 열사병 사망자가 폭증하고(태국), 물고기 수만 마리가 폐사하고(베트남), 너무 뜨거운 날씨에 탄약고가 폭발했다(캄보디아).

선거 유세에 나선 정치인들이 폭염 속에 연설하다 졸도했고(인도), 정글의 원숭이들이 더위를 먹어 떼죽음을 했다(멕시코). 미국 애리조나주에는 ‘땅바닥에 넘어지면 타박상 대신 화상을 입는다’던 작년 여름의 극한 폭염이 벌써 찾아왔다. 브라질은 250년에 한 번 있을 홍수로 영국 면적과 맞먹는 지역이 물에 잠겼고, 사막 지대인 두바이에 불과 12시간 동안 1년치 강수량이 쏟아졌으며, 중국 광시성도 하루 600㎜ 물 폭탄에 수중도시가 됐다.

찬란했던 한국의 5월 날씨를 오히려 ‘이변’이라 해야 할 만큼 세계 기후는 극한으로 치닫고 있다. 11개월 연속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됐고, 온난화의 마지노선(평균기온 1.5도 상승)이 곧 깨진다는 소식이 이어졌다. 이런 추세가 한반도를 그냥 놔둘 리 없다. 이번 여름은 지난봄과 딴판일 거라는 경고가 나오고 있다. 폭염과 폭우가 예년보다 심할 거라 한다. 너무 좋은 봄을 보낸 뒤라서 여름을 견디기가 더 힘들지도 모르겠다. 서둘러 대비하고 단단히 각오해야 할 듯하다.

태원준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