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과 통화정책

[경제시평] 중립금리 상승 가능성과 통화정책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입력 2024-06-11 00:34

최근 한국은행의 금리인하 시점에 관한 논의가 분분한 가운데 한은이 우리나라의 중립금리 추정 결과를 발표해 금융시장의 관심을 끌었다. 중립금리란 인플레이션 압력을 초래하지 않고 경제가 보유한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활용해 경제의 실제 국내총생산(GDP)과 잠재GDP를 일치시키는 단기 실질금리를 의미한다. 이는 곧 물가 안정과 경제 성장을 추구하는 통화정책이 지향하는 실질금리다. 여기에 한은 물가목표 2%를 더하면 향후 기준금리 수준을 가늠해볼 수 있다.

중립금리는 실제로 관측되는 금리가 아니어서 다양한 계량 모형을 활용해 추정한다. 사용한 모형이나 경제변수 등에 따라 상당한 차이가 나며 어떤 값이 정확한지는 알기 어렵다. 한은이 중립금리 추정치를 범위로 제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추정 방식에 따른 차이는 있더라도 잠재성장률 하락, 인구 고령화 및 경제 양극화 심화 등으로 중립금리가 계속 하락해 왔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금리는 저축보다 소비나 투자 수요가 많으면 올라가고 반대의 경우는 내려간다. 따라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면 투자수익률이 감소하고 미래 소득 감소가 예상돼 투자는 줄고 저축이 증가하면서 금리는 내려간다. 기대수명 연장은 길어진 노후생활에 대비한 저축을 증가시킨다. 양극화가 심화될수록 더 많은 부를 소유하게 되는 부유층의 저축은 더 늘어난다. 불확실성 확대도 경제주체의 위험 회피 성향을 높여 투자를 줄이고 저축을 증가시킨다.

그런데 팬데믹 이후 중립금리가 하락세를 멈추고 상승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재정 지출이 고령사회 진입으로 크게 늘어나고 자산을 축적한 베이비부머 세대의 은퇴로 소비지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녹색 전환과 인공지능(AI) 기술 관련 투자, 지정학적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국방비와 대체 공급망 투자 등 투자 수요가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인플레 지속에 따른 긴축적 통화정책 장기화, 글로벌 금리상승 등 금융시장 여건 변화도 중립금리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중립금리가 팬데믹 이전에 비해 약 1% 포인트 상승했다는 한은의 추정 결과는 이 같은 가능성을 뒷받침한다. 만일 중립금리가 상승했다면 향후 기준금리 수준이 이전보다는 높은 수준에서 유지될 가능성을 시사한다는 점에서 시장의 관심은 클 수밖에 없다.

그러나 계량 모형을 이용한 중립금리 추정에는 많은 불확실성이 있다. 팬데믹 이후 기간도 이를 검증하기에는 충분치 않은 점을 고려하면 중립금리가 상승했다고 보기는 아직 이르다. 최근 한국금융연구원은 한국의 중립금리가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복귀한 것으로 추정하는 등 국내외 연구들도 연구 방법 등에 따라 다른 결론을 도출하고 있다.

따라서 향후 금리 방향을 예상해보고자 할 때 중립금리를 참고할 수 있겠지만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향후 경제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정책 당국이 어떤 판단과 정책 의지를 지니고 있는지일 것이다. 한은 총재의 언급처럼 물가 안정에다 금융 안정까지 고려하면 환율과 가계부채의 안정을 위해 더 높은 수준의 금리가 필요할 수 있다. 반면 가계부담 축소와 내수 진작에 무게를 둔다면 금리를 더 낮게 가져가야 한다. 최근 유럽과 캐나다 중앙은행이 금리를 인하했다. 고금리 글로벌 통화정책이 전환점을 맞고 있는 것이다. 한은도 정책 방향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다. 한은이 정밀한 분석과 치열한 논의를 통해 단기적인 경제 여건 개선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안정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최적의 금리 경로를 찾아내기를 기대한다.

장민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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