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 레슨 제자에 높은 점수… 입시비리 음대교수 등 17명 송치

불법 레슨 제자에 높은 점수… 입시비리 음대교수 등 17명 송치

경찰, 성악과 있는 33개大 전수조사
브로커 끼고 과외… 억대 교습비 챙겨
허위 계약서 내고 대입 심사 맡기도

입력 2024-06-11 02:06
한 대학교수와 음대 수험생이 2022년 11월 24일 메신저 앱을 통해 불법 과외 장소를 정하는 대화를 나누고 있다. 경찰이 확보한 이 대화 내용에 따르면 수험생은 불법 교습 바로 다음 날인 25일 메신저를 통해 교수에게 교습비 41만원을 보냈다. 서울경찰청 제공

음대 수험생에게 불법 레슨을 한 뒤 대입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이 가르친 수험생에게 높은 점수를 준 교수들이 무더기로 검찰에 넘겨졌다.

서울경찰청 반부패수사대는 지난 5일 불법 과외를 알선한 입시 브로커와 대학교수, 학부모 17명을 학원법 위반과 업무방해, 청탁금지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10일 밝혔다. 이 중 현직 교수 1명은 구속됐다.

구속된 A씨 등 대학교수 13명은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입시브로커 B씨와 공모해 서울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서 수험생 30여명을 상대로 244차례 성악 과외 교습 후 1억4000만원 상당의 교습비를 받은 혐의(학원법 위반)를 받는다. 현행 학원법상 대학 교원의 과외 행위는 불법이다.

A씨 등 대학교수 5명은 각각 서울대·경희대·숙명여대 등 4개 대학 입시 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자신들이 불법 교습한 수험생에게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에게는 대학 입시 업무를 방해한 혐의가 적용됐다.

교수 1명은 소속 대학의 심사위원이었고 나머지 4명은 외부 심사위원으로 활동했다.

심사위원이 된 교수들은 연습 곡목과 발성, 목소리, 조 배정 순번 등으로 불법 교습했던 수험생을 알아내 고점을 줬다. 교수들은 심사 전 ‘응시자 중 지인 등 특수관계자가 없다’ ‘과외 교습을 한 사실이 없다’ 등의 내용을 담은 서약서까지 작성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에게 ‘마스터클래스’라는 명목의 1대 1 불법 과외를 받기 위해 수험생들은 한 번에 최대 70만원가량을 냈다. 이명정 서울청 반부패수사2계장은 “교수들은 불법인 줄 알면서도 고액 과외 교습을 용돈벌이 수단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뚜렷했다”고 설명했다. 구속된 A씨는 수험생 학부모 2명으로부터 합격 명목으로 현금과 명품 핸드백을 받아 청탁금지법을 위반 혐의가 추가됐다.

경찰은 지난해 음대 입시 비리 첩보를 입수하고 비리 교수 등을 특정하기 위해 성악과가 있는 33개 대학의 입학처 자료를 전수조사했다.

A씨의 교수실과 B씨의 자택, 입시 비리 피해 대학의 입학처 등 16곳을 3차례 압수수색했다. 피의자 17명을 포함해 관련자 56명을 조사했다. 교수들과 수험생을 연결해 준 브로커 B씨는 예고 강사로 활동했으며 대학 조교수로 임용됐던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관계자는 “학원법 위반 처벌 수위가 약해서 교육부에 비리를 저지르는 대학교수들의 입시 심사위원 자격을 제한하는 등의 행정 조치를 건의했다”며 “공정한 입시 절차가 이뤄질 것으로 믿으며 대학입시를 준비한 많은 수험생에게 상실감을 안겨주는 입시 비리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김상곤 한국성악가협회 이사장은 “음대 입시는 실기 채점자의 권한이 절대적이다. 수험생 학부모와 학교 내부 관계자들의 제보가 계속해서 들어오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 드러난 비리가 전부가 아닐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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