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익 미끼에 ‘덜컥’… 추천 광고에 당한다

고수익 미끼에 ‘덜컥’… 추천 광고에 당한다

[커버스토리] 인스타 판치는 ‘부업 사기’

입력 2024-06-15 05:05

카드사 팀장 김은아(가명·25)씨는 지난 4월 26일을 잊지 못한다. 나흘 동안 수시로 연락해 온 자산관리사 A씨와 출금 담당자 B씨가 전날부터 감감무소식이었다. 직전까지 곧 1억원을 달성한다며 실시간으로 수익률을 알려오던 이들이었다. “내 돈은 언제 받을 수 있느냐”고 아무리 메시지를 보내도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투자금 명목 등으로 대출까지 받아 입금한 돈이 모두 3400여만원이었다. 김씨는 퇴근 후 뜬눈으로 밤을 지새운 뒤에야 자신이 사기에 당했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토요일 아침이었다.

인스타그램이 소개해준 사기꾼

김씨가 A씨와 B씨를 알게 된 건 인스타그램 광고를 통해서였다. 간단한 부업으로 고수익을 낼 수 있다는 광고가 A씨 이력과 함께 며칠 내내 김씨에게 노출됐다. 게시물에는 A씨를 통해 큰돈을 벌었다는 성공 사례가 강조돼 있었다. 입출금내역 등 관련 서류는 실제 금융권에서 사용하는 양식과 흡사했다. 김씨는 고민 끝에 지난 4월 21일 상담을 신청했고, 합법적인 게임 사이트 투자라는 A씨의 거듭된 설득에 반신반의하다 투자금 800만원을 입금했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사이트는 불법 카지노 도박 사이트였다.

인스타그램이 ‘고수익 부업’으로 위장한 각종 사기의 창구로 활용되고 있다. 사기 피해 정보 공유 웹사이트 ‘더치트’에 인스타그램 부업 사기 피해가 처음 등록된 시기는 4년 전인 2020년 6월이다. 이런 피해는 지난해 348건, 올해는 이달 2일까지 이미 241건이 접수됐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14일 “인스타그램을 모집 창구로 활용해 피해자를 텔레그램 등으로 유인한 뒤 투자 명목으로 입금을 유도하는 사기 사례가 많다”고 전했다.

게티이미지뱅크

인스타그램 운영사 메타는 국민일보 질의에 “2016년부터 200억 달러(27조5500억원) 이상 투입해 사기 행위 등을 강력히 단속 중”이라는 입장을 보내왔다. 그러나 지난 11일 인스타그램에서 ‘인스타 부업’을 검색하자 23만건 넘는 게시물이 쏟아졌다. 대부분 “고수익 부업”이라며 투자를 유도하는 홍보글이다. 실체를 알 수 없는 업체 홍보 게시물을 SNS에 대신 올리거나 회원 모집, 물품 구매대행 등을 통해 고수익을 낼 수 있다고 광고하는 계정도 많았다. 그러나 공짜는 없다. 직접 연락해 본 세 곳은 각각 100만원, 297만원, 321만원을 초기 투자 비용으로 요구했다.

“수익금 받으려면 가입비 내라”

투자 유도 계정의 경우 주로 ‘원금 보장’ ‘합법적 투자’ 등을 강조했다. 김씨 역시 비슷한 문구에 속아 상담을 신청했다고 한다. A씨와 B씨는 고수익이 나고 있다며 안심시킨 뒤 출금을 위해 출금 수수료와 수익금에 대한 세금 등을 추가로 내야 한다고 했다. 여윳돈이 없다고 하자 곧 1억원을 갖게 될 테니 대출이라도 받으라며 추가 입금을 종용했다. 그렇게 다섯 차례에 걸쳐 더 보낸 돈만 약 2600만원이다. 김씨는 “사기일지도 몰라 이들이 보내준 회원가입 사이트의 출금 계좌번호 입력란에 예전 휴대전화 번호를 넣어봤더니 재입력하라는 문구가 떴다. 기본적으로 오류를 걸러내는 세팅도 돼 있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물품 구매대행 사기도 투자 유도와 비슷하다. 투자금을 입금하면 구매대행으로 발생하는 수익금을 나눠준다는 식이다. 투자냐 구매대행이냐 하는 ‘미끼’만 다르다. 어느 쪽이든 나중에 수익금을 지급해 달라고 하면 출금을 위해 필요하다며 추가 입금을 유도한다. 수익금은 입금되지 않고 결국엔 입금한 돈을 전부 날리게 된다.

홍보 대행과 회원 모집 부업 계정은 실제로는 수익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구조이거나 수익을 실제보다 과장해 홍보하는 경우가 많다. 금융 전문 홍푸른 법무법인 디센트 대표변호사는 “최근 인스타그램을 통한 사기 피해 의뢰는 물품 구매대행 등 유형이 더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2030’ 파산시키는 인스타 부업 사기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주로 중장년이나 고령층인 것과 달리 인스타그램 부업 사기는 주 이용자인 20, 30대가 타깃이다. 조금이라도 생활비를 벌어보려는 전업주부도 주요 피해자층이다. 김씨는 “인스타그램 부업 사기 피해자가 모인 카카오톡 오픈 채팅방이 있는데 이곳에만 130명 정도 들어와 있다”며 “국가장학금을 날린 대학생이 들어온 적도 있다”고 말했다. 원금을 볼모로 잡혀 대출까지 일으켰다 감당하지 못해 개인회생 절차를 밟고 있는 피해자들도 있다. 김씨도 고금리로 받은 단기 대출 이자 등을 변제할 방법이 없어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김씨의 회생 절차를 맡은 법무법인 관계자는 “최근 사기로 개인회생을 상담하는 고객 대부분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피해를 본 경우다. 주로 직장이 있는 청년들인데 피해 규모가 4000만원대 정도로 큰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재직기간이 어느 정도 되는 직장인의 카드사 대출 등이 잘 나오는 점을 노리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인스타그램 부업 사기는 현재 단순 사기 사건으로 분류된다. 보이스피싱 등 피해 시 이용 계좌에 대한 지급정지와 피해구제 신청 등을 규정한 통신사기피해환급법 적용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피해가 인지돼도 즉시 대응할 수단이 없다. 김씨는 “은행에 문의했지만 대응 매뉴얼이 없다는 말뿐이었다”라고 한탄했다.

범인을 잡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지만, 인스타그램 계정을 수시로 바꾸기 때문에 추적도 어렵다. 김씨 사건을 접수한 경찰은 “대상 특정이 어려워 수사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고 한다. 홍 변호사는 “사기 수사의 경우 몇 달씩 걸리기도 하는데 이런 유형은 증거 확보와 대상 특정마저 어려워 기간이 더 길어진다”며 “문제는 그사이 범인들이 돈을 빼돌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규정하는 ‘사기 이용 계좌’를 보이스피싱에 한정할 게 아니라 좀 더 넓게 해석해 실질적인 피해구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박은주 기자 황민주 인턴기자 wn1247@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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