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덤핑 치과’ 폐해, 근본 해결책 찾아야

[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덤핑 치과’ 폐해, 근본 해결책 찾아야

입력 2024-06-13 00:38

최근 서울 강남의 유명 치과 몇 곳이 돌연 폐업하면서 ‘먹튀’ 논란이 일었다. 값싼 임플란트 치료 명목으로 수백명의 환자로부터 선금을 받고는 예고도 없이 하루아침에 영업을 중단했다. 일부 치과 원장은 연락을 끊은 채 잠적했다. 뿔난 환자들이 소비자단체에 신고하거나 경찰에 고소하는 등 대응에 나섰지만 다수의 피해가 예상된다.

치과계에선 “곪을 대로 곪은 게 터졌다”는 반응이다. 그간 만연돼 온 이른바 ‘덤핑 치과’의 폐해가 현실화했다는 것이다. 앞으로 유사 사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덤핑은 정상 판매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판다는 의미의 경제 용어다. 경쟁 기업에 피해를 주기 위한 일부 업체의 약탈적 행위로 간주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말이 의료에서도 자주 쓰이고 있다. 다른 산업 못지않게 의료 분야의 생존경쟁 또한 치열해지면서다. 특히 치과계에선 저가 임플란트를 내세운 덤핑 경쟁이 꽤 오래전부터 있었고 근래 수위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덤핑 치과는 비정상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치과 진료를 제공해 불공정 경쟁을 유발하고 시장을 왜곡하는 치과로 통한다. 현재 병의원의 정상 임플란트 수술 가격(65세 이상 건강보험 수가)은 개당 120만~130만원 선이다. 하지만 덤핑 치과들은 온라인을 중심으로 30만~40만원의 초저가로 수술 가능하다고 광고한다. 임플란트 관련 전문가 학술단체나 치과단체는 상식을 벗어난 가격이라고 말한다. SNS에는 설문 참여 시 특별할인해 준다며 환자를 유인하는 이벤트 광고도 범람하고 있다.

소비자로선 덤핑이 나쁘다고만 볼 순 없지 않을까. 싼값에 임플란트를 할 수 있다니 귀가 솔깃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다수 치과의사는 이에 동의하지 않는다. 덤핑하는 곳들 또한 손해 보는 장사는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저가 임플란트로 환자를 끌어 놓고는 추가 뼈 이식, 보철 등 ‘끼워 팔기’로 금액을 올려 결국에는 거액의 치료비를 부담하게 하고 나아가 불필요한 과잉 진료까지 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또 임플란트 수술 후 장기적으로 예후를 지켜보며 관리해야 하는데 당장 돈 받기에 급급할 뿐 치료 결과에 책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환자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공장에서 물건 찍어내듯 임플란트 수술을 하는 이른바 ‘공장형 치과’들이 그렇다.

비전문가인 환자들은 병원의 화려한 조명과 상담 실장의 현란한 언변에 현혹돼 잘못 판단하기 쉽다. 질 낮은 재료 혹은 수준 이하의 진료를 받을 가능성이 크지만 소비자들이 이를 파악하긴 쉽지 않고 과잉 진료를 문제 삼고 싶어도 한계가 있다. 무리한 경영으로 폐업하거나 먹튀 사건이 불거져서야 덤핑 치과의 실상을 깨닫기 십상이다. 결국 국민이 건강과 경제적 피해를 고스란히 떠안을 수 있다.

의료법상 과도한 환자 유인 광고 및 마케팅 행위는 엄연히 불법이다. 현재 의료광고사전심의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온라인 공간에서 암암리에 이뤄지는 덤핑 치과의 불법적 행위까지 규제하기엔 역부족이다. 단속되더라도 주의나 경고 처분 등 처벌이 가벼운 것도 문제다. 관계 당국의 적극적인 감시와 단속이 따라야 하고 위법 행위에 대한 처벌이 강화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인받은 전문가단체에 자율징계권이 주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근본적으로는 ‘비급여 진료비 할인광고 전면 금지’ 같은 입법이 필요하다.

치과계의 자정 노력과 국민 인식 변화도 중요하다. 치과 간 정당한 경쟁을 촉진하기 위해 가격 투명성을 높이고 소비자의 합리적 선택을 돕는 정보 제공 시스템이 마련됐으면 한다. 환자 스스로 덤핑 치과의 행태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어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다. 무조건 싼 게 비지떡이 아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