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디지털 강국이라는데 디지털 약자 대책은 미흡

[사설] 디지털 강국이라는데 디지털 약자 대책은 미흡

입력 2024-06-13 00:32

키오스크(무인단말기)에서 음식을 주문하는 것부터 행정 서류 발급, 기차표·야구표 등 각종 티켓 예매까지 우리 일상 깊숙이 비대면 디지털 기술이 들어와 있다. 누군가에겐 편리한 키오스크 주문은 어떤 이에겐 미로 찾기처럼 어렵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이런 디지털 격차는 점점 커진다. 상대적으로 이에 취약한 고령층·장애인의 불편과 소외감도 커지고 있다. 디지털 강국이라고 자랑하기 앞서 우리 사회 디지털 약자에 대한 배려와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서울디지털재단이 12일 발표한 ‘2023 서울시민 디지털 역량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고령층(55세 이상) 57.1%가 키오스크를 이용한 경험이 있으나 이중 59.6%는 어려움을 겪은 적이 있었다. 뒷사람 눈치가 보여서, 선택사항 적용이 어려워서, 용어가 어려워서 이용을 포기했다. 휠체어 장애인에게는 키오스크 높이가 맞지 않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서비스도 태부족이다. 모바일 앱 이용은 더 큰 장벽이다. 고령층 중 앱을 이용해 물건을 구입했다는 비율은 38.4%, 음식 배달 30.0%, 교통·서비스 예약은 27.4%였다. 대체로 전체 시민 이용 비율의 절반도 안 되는 수준이다. 일상의 필수 서비스가 디지털화되는 가운데 모바일 앱을 잘 쓰지 못하는 계층은 오프라인 서비스를 이용하며 시간과 비용을 더 지불해야 하는 ‘노인세’가 존재한다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디지털 약자에게 가혹한 세상이 된 것이다.

저출생·고령화로 고령층의 비율은 늘어가는데 기술 발전이 이들을 약자로 만들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들을 배려하고 도와주지 않는다면 개인의 불편을 넘어 계층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는 디지털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맞춤형 교육 기회를 적극 제공해야 한다. 이와 함께 서비스를 만드는 측에서도 이들이 좀 더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개발 단계부터 고민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