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푸틴, 24년 만의 방북… 북·러 밀착 경계해야

[사설] 푸틴, 24년 만의 방북… 북·러 밀착 경계해야

입력 2024-06-14 00:30
사진=EPA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오는 18~19일 북한을 방문할 것으로 보인다. 푸틴 대통령의 방북이 이뤄진다면 24년 만이다. 푸틴 대통령은 2000년 7월 북한을 방문해 김정일 당시 국방위원장과 회담을 했다. 북·러 정상회담은 지난해 9월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난 이후 9개월 만이다.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베이징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난 데 이어 평양까지 방문하는 것은 북·중·러 연대를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일 것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방북을 하더라도 북한의 도발을 부추기거나 한국의 안보와 국가 이익을 해치는 언행은 자제하기 바란다. 만일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의 군사동맹 복원을 추진한다면 한·러 관계는 크게 악화될 것이다. 정부는 북·러 밀착을 경계하고, 외교채널을 통해 러시아의 진의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는 지난해 북·러 정상회담을 계기로 수백만 발의 포탄을 북한으로부터 받았고, 컨테이너 1만개 이상 분량의 식량과 생필품을 북한에 제공했다는 게 한·미 군사 당국의 분석이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데에는 북한의 군사 지원이 한몫했다. 북한은 러시아의 생필품 지원 덕에 식량 가격이 안정되는 반대급부를 챙겼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가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과 무기 거래를 하고 있다는 건 국제 사회의 수치다.

푸틴 대통령이 소련 시절 폐기된 북한과의 군사동맹을 대체하는 수준의 새로운 조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있다는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소속 전문가의 예상은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소련이 1961년 북한과 체결한 조·소우호조약은 한반도 유사시 소련의 자동군사개입조항을 담고 있었으나 1990년 소련이 한국과 수교를 맺은 이후 폐기됐다. 러시아는 1996년 한국과 군사교류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하면서 북한과의 군사동맹 관계를 청산했다.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의 군사동맹을 복원한다면 한·러 관계는 수교 이전으로 후퇴할 수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이달 초 주요 통신사 대표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직접 공급하지 않기로 한 결정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한·러 관계가 악화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한 푸틴 대통령이 북한과의 군사협력 강화를 추진한다면 이율배반이다. 푸틴 대통령은 한국을 배신하는 러시아 지도자로 남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