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창작과 일상

[살며 사랑하며] 창작과 일상

김선오 시인

입력 2024-06-17 00:35

몇 달 전 작고 가벼운 캠코더를 한 대 샀다. 여행 중에는 물론 친구들을 만나거나 혼자 카페에 갈 때도 들고 다닌다. 지금은 시인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영상으로 뭔가를 만들다 보면 언젠가 영화를 찍거나 다른 방식의 작업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일상의 순간들을 면밀히 기록해두고 싶은 마음이기도 했다.

캠코더를 들고 거리를 나서면 세계의 모든 움직임이 영화 속 장면처럼 보인다. 모든 순간은 미래의 영화를 구성하기 위한 잠재적인 재료가 된다. 벌레가 기어가는 모습, 바람이 불어 나무가 흔들리는 모습, 걸어 다니는 사람들의 팔다리 모양, 모든 것이 각각의 독특한 형상을 지닌 아름다운 대상으로 느껴진다. 각각의 순간을 소중하게 풍성하게 감각하게 된다. 카메라를 들고 오로지 사진을 찍겠다는 목적만으로 늘 다니던 장소에 가본 적이 있는가? 어딘가로 이동하거나 다른 일정이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촬영을 위해서 자주 가던 공간을 들여다본다면 아름다움이 어디에나 있다는 사실에 놀라게 될 것이다.

시를 쓰는 일도 마찬가지다. 평소에는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냈던 대화를 시를 쓰겠다는 마음을 가진 채 다시 들어본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말투와 그들이 사용하는 한국어가 얼마나 독특하고 다채로운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문학은 원래 말이었기 때문이다. 글을 쓰기 위해 소리가 예쁜 단어, 의미가 독특한 단어 등 언어의 면면을 수집하다 보면 세상의 말이란 것이 얼마나 허무한 동시에 복잡하고 아름다운지 알게 된다. 그림이나 작곡은 해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지만 아마 비슷한 측면을 가지고 있을 것 같다.

예술의 쓸모없음, 무효용에 대해 쉽게 이야기하지만, 삶의 모든 순간을 더 깊고 풍성하게 살아가는 것보다 중요한 쓸모가 있을까. 모두에게 어떤 매체나 방식이든 간에 창작하기를 권하고 싶은 이유다.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