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러 밀착에 무력해진 대북 제재… 실효적 수단 복원해야

[사설] 북·러 밀착에 무력해진 대북 제재… 실효적 수단 복원해야

입력 2024-06-19 00:31 수정 2024-07-01 15:26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해 9월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아무르주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만나 정상회담을 하기 전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8일 북한을 방문했다. 김정일 시절 방북 이후 24년 만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용 무기 조달을 매개로 시작된 양국의 밀착이 한층 고도화했음을 뜻한다. 푸틴 대통령이 방북에 맞춰 북한 노동신문에 기고한 글은 의례적 덕담을 넘어 의미심장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무역 및 상호 결제체계를 발전시키고 일방적인 비합법적 제한 조치들을 공동으로 반대해 나가겠다.” 북한은 핵개발로 인해, 러시아는 전쟁을 일으킨 탓에 나란히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고 있다. ‘서방의 통제를 받지 않는 체계’란 대북·대러 제재를 우회하고 무력화할 경제 블록을 구축하겠다는 뜻이다. 국제사회의 제재를 ‘일방적’‘비합법적’이라 규정하며 정면으로 맞설 생각임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는 한국의 대북 정책을 구성하는 커다란 축에 심각한 균열이 생겼음을 의미한다. 우리는 북한에 때로는 압박을 가하고, 때로는 대화를 앞세우며 비핵화와 평화의 길을 찾아왔다. 정반대 성격인 압박과 대화는 역설적이게도 병행했을 때 가장 가시적인 효과로 이어졌다. 김정은이 문재인정부의 대화 손짓에 파격적으로 응했던 때는 중국과 러시아가 모두 대북 제재에 동참해 최고의 압박이 가해진 직후였다. 대화 가능성을 닫아둔 압박은 무의미하고, 압박 장치가 없는 대화 노력은 공허할 뿐인 현실에서 북한을 압박해 대화로 끌어낼 국제사회 제재 조치가 푸틴의 개입으로 갈수록 무력해지고 있다. 러시아는 지난봄 대북 제재 이행을 감시해온 유엔 기구를 폐쇄했고, 이제 제재 우회로를 활짝 열어주려 한다. 두 바퀴로 굴러온 대북 정책이 어긋나게 되는 것을 막으려면 실효적인 제재 수단을 서둘러 복원해야 할 것이다. 이날 열린 한·중 외교안보대화를 비롯해 외교 수단을 총동원해야 할 때다.

북한과 러시아는 푸틴의 방북 기간에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졌다. 한·러 관계보다 높은 수위의 협력 관계가 되는 것이고, 추후 동맹 관계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우려스러운 것은 표면적인 선언을 넘어 물밑에서 이뤄질 양국 군사 협력이다. 북한이 러시아로부터 얻으려는 군사 기술은 우리 안보와 직결돼 있다. 북·러 밀착을 제어하는 다각도의 외교 노력과 함께 러시아를 향해서도 분명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 러시아가 지켜야 할 레드라인을 확실히 설정해 요구하고 치밀하게 관리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