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산 바위 틈 ‘하얀 솜털 별’의 아찔한 유혹

높은 산 바위 틈 ‘하얀 솜털 별’의 아찔한 유혹

‘소중한 추억’ 솜다리의 고장 강원도 속초 설악산

입력 2024-06-20 12:30
강원도 속초시 토왕골 ‘솜다리 추억’ 바윗길 초반에 설악솜다리가 하얀 솜털을 자랑하며 고고하게 피어 있다. 깎아지른 듯 우뚝한 솜다리봉 위쪽으로 선녀봉이 이어진다.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에 ‘에델바이스, 에델바이스, 에브리 모닝 유 그리트 미’라는 노랫말이 나온다. 에델바이스는 서양솜다리로, 국화과 고산 식물이다. 약 1800~3000m 고도의 암석 석회암에서 자란다. 종이 다르지만 겉모습이 매우 유사한 꽃이 한국에도 있다. ‘한국의 에델바이스’로 불리는 솜다리다. 꽃말은 소중한 추억이다.

솜다리는 한라산·설악산·금강산 등 높은 산에서 자라는 한국 고유종이다. 생명력이 강해 눈보라 치는 고산지대 바위틈에서 가냘픈 뿌리를 내린다. 이름의 유래는 ‘솜털이 달린 식물’이라는 뜻이다. ‘솜’은 솜다리 전체에 달린 솜털을 가리키고, ‘달리다’의 어간 ‘달’에 명사형 접미사인 ‘이’가 붙어 ‘다리’로 변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옛날에는 조선화융초(朝鮮火絨草)라 했다. 화융은 부싯돌에 불이 붙도록 대는 물건을 뜻하므로 솜과 같은 의미가 있다.

솜다리에 얽힌 전설이 있다. 눈으로 뒤덮인 높고 험한 산꼭대기에 아름다운 소녀가 얼음집에서 혼자 살고 있었다. 원래 천사였지만 하늘나라 생활에 싫증을 느껴 지상으로 내려왔다. 어느 날 ‘별을 따러 온 소년’이 소녀의 아름다운 모습에 넋을 잃었다. 그는 만나는 사람에게 소녀에 관해 이야기했다. 젊은이들은 앞다퉈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 많은 사람이 등산 중에 목숨을 잃었다. 이 사실을 안 소녀는 자신을 만나고 싶은 소년들이 더 이상 죽지 않게 하려는 마음에 하늘나라로 올라갔다. 그 뒤 얼음집에 새하얀 꽃이 피었는데 사람들은 그 꽃을 솜다리라고, 소녀가 살던 봉우리를 선녀봉이라고 불렀다.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종류에는 산솜다리·솜다리·한라솜다리·설악솜다리·왜솜다리가 있다. 한때 설악산에서 자라는 것을 금강산에서 자라는 솜다리와 같다고 여겼다. 그러나 연구 결과 서로 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솜다리로 분류됐다. 지리산과 소백산 국망봉에서 보는 것은 외솜다리다.

설악솜다리는 5월 초에 개화하기 시작해 6월 말 또는 7월 초까지 꽃을 피운다. 줄기 끝에 한 송이씩 핀다. 5개의 흰 꽃잎으로 보이는 부분은 꽃이 아니고 포(苞)다. 잎이 변형된 것으로 벨벳 같은 하얀 털로 덮여 있다. 꽃대 끝에 많은 꽃이 뭉쳐 붙어서 머리 모양을 이룬 것이 두상화다. 두상화 중심에 조밀하게 배열돼 있는 노란색 둥근 모양이 진짜 꽃이다.

비룡폭포 상단에서 내려다본 모습.

설악산에 ‘솜다리 추억’이라는 암벽등반 길이 있다. 소공원에서 출발해 비룡폭포 직전 왼쪽에 설치된 출입금지 가림막을 지나야 닿는다. 비룡폭포 위 물줄기를 건너 ‘경원대 리지길’ 진입로를 지나 100m 정도 더 올라가면 오른쪽으로 약 10m 앞에 커다란 혹 같은 것이 붙어있는 나무가 서 있다. 이곳에서 왼편으로 방향을 틀어 가파른 경사길을 오르면 ‘솜다리 추억’ 초입에 닿는다. 소공원주차장에서 느린 걸음으로 2시간가량 소요된다.

주변에 솜다리꽃이 제법 많이 눈에 띈다. 잿빛 바위에 붙은 보송보송한 하얀 솜털을 지닌 솜다리는 솜으로 만든 별과 같다. 그 뒤로 우람한 ‘솜다리봉’이 우뚝하다.

솜다리봉 아래에서 본 맞은편 노적봉.

솜다리 추억 길의 하이라이트인 셋째 마디(피치) 난도는 꽤 높다. 수직으로 곧추선 바윗길을 오르면 고도감이 엄습해 온다. 올라서서 내려다보면 오금이 저릴 정도로 까마득하다. 주변을 둘러보면 왼쪽으로 ‘별을 따는 소년들’ 리지길 뒤로 토왕성폭포가, 오른쪽엔 달마봉 옆으로 속초 시내와 동해가 한눈에 들어온다. 건너편은 노적봉이다. 거대한 바위 중간에 클라이밍 애호가들이 여럿 매달려 있다.

설악솜다리는 어렵게 고생하지 않아도 볼 수 있다. 설악산자생식물원을 찾으면 된다. 4만3698㎡ 부지에 설악산에서 자생하는 수목과 초본 123종 5만여 본이 식재돼 있다.

산을 다녀온 피로는 척산온천에서 푼다. ‘척산온천휴양촌’에는 지하 400m에서 약 51도 온천수가 용출된다.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척산족욕공원도 있다.

2014년 개관한 국립산악박물관 외관.

인근에 2014년 개관한 국립산악박물관이 있다. 지난해 내부 리모델링 공사를 통해 안전하고 쾌적한 관람환경을 조성했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280인치 대형 LED 웰컴존 ‘공간 산’이 반긴다. 우리나라 명산과 관련된 다양한 소장품을 소개하는 영상 전시 등을 상시 상영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여행메모
‘솜다리 추억’ 등반 사전 허가 필수
순대·닭강정·순두부… 먹거리 다채

설악산국립공원 내 ‘솜다리 추억’ 등 암벽등반 개방 일시는 대체로 5월 중순부터 11월 중순까지다. 등반을 하기 위해서는 사전에 반드시 국립공원공단의 탐방 허가를 받아야 한다. 공단이 운영하는 ‘암벽 이용 신청 서비스(www.knps.or.kr/smartsafe/permission/list.do)’에 접속해 안내에 따라 하면 된다. 전체 인원 및 건당 인원(2~5명)이 제한돼 있어 조기 마감되는 경우가 많다.

속초관광수산시장은 먹거리로 유명하다. 순대골목 김을 뿜어내는 솥에는 차진 순대가, 건어물 상가에는 황태·마른오징어 등 건어물이 가득하다. 튀긴 닭고기를 조청과 청양고추로 맛을 낸 소스에 버무린 닭강정도 인기다. 갯배로 유명한 아바이마을에서는 오징어순대와 함흥냉면 등을 맛볼 수 있다.

순두부도 빼놓을 수 없다. 학사평 콩꽃마을에 식당 80여 곳이 있다. 바닷물을 간수로 사용해 부드럽고 몽글몽글한 식감과 짭짤한 맛이 특징이다.



속초=글·사진 남호철 여행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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