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앙아 순방과 글로벌사우스 외교

[기고] 중앙아 순방과 글로벌사우스 외교

신범식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장

입력 2024-06-20 00:31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투르크메니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했다. 이번 순방으로 글로벌 중추국가를 지향하는 한국 외교가 그 지평을 확장하는 성과를 거뒀다고 평가할 수 있다.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한·미동맹 강화, 한·일 관계 개선을 바탕으로 한·미·일 삼각협력체제의 재구축 및 강화에 진력해 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하지만 국제정세는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글로벌사우스 부상의 도전도 거세다. 이번에 밝힌 K실크로드 구상은 인도·태평양 전략, 한·아세안 연대구상 그리고 최근 한·아프리카 정상선언에 이어 지역 외교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노력을 잘 보여준다.

중앙아시아는 유라시아 중앙에 위치한 지리적 강점으로 빠르게 성장하는 지경학적 요충지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단절된 러시아와 세계를 연결하는 우회로로 주목받고 있다. 특히 일대일로, 유라시아랜드브리지, 국제남북운송회랑 등 유라시아 자원·물류망 구축의 핵심 거점이다. 지정학적으로도 윤석열정부 들어 숙제로 안게 된 러·중 간 협력을 위한 새 교두보가 될 수 있다. 이 교두보는 남아시아, 서아시아, 동남아시아, 북아시아로 이어지는 메가아시아적 교류·협력의 큰 가능성을 지닌다.

이번 순방에서 윤 대통령은 한·중앙아 5개국 정상회의 창설을 제안했고, 그 첫 회의를 2025년 한국에서 개최하는 데 대한 지지를 확인했다. 또한 답보 상태에 있던 한·중앙아 경제협력의 도약을 위해 우리 기술력과 중앙아의 풍부한 자원을 결합하는 새로운 모델을 제안했다. K실크로드 구상은 경제협력을 넘어 가치와 이익의 균형을 지향하는 비전과 원칙에 기초해 핵심자원 공급망을 구축하고 공적개발원조를 확대하며 중앙아와의 유기적 협력 네트워크 구축의 틀로 기대를 모은다. 이를 바탕으로 한·중앙아의 기업·민간 협력을 발전시켜 나감으로써 대륙 외교의 틈새 전략을 심화시킬 것이다.

또한 유라시아 물류망 거점 확보는 우리 기업에 기회가 될 것이다. 최근 중앙아 국가들은 에너지·물류 등 대형 사업 이외에 정보통신기술(ICT), 의료, 교육, 기후변화, 도로, 행정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국의 경험을 공유하기를 고대하고 있으며 한국 측 진출도 확대되고 있다.

중앙아 5개국은 탈냉전기 선도적으로 지역 비핵화를 달성했다. 중앙아비핵지대화조약(CANWFZ)은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 모두가 비준해 보장받고 있다.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연대와 지지의 중요한 파트너들이다.

탈냉전기 한국 외교에 대한 거센 도전은 더욱 다면적이고 다지역적인 외교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4강 외교를 넘어 지역 외교를 확대하고 유라시아의 역동적 변화를 흡수하는 균형 잡힌 글로벌 중추국가로 부상하기 위해 중앙아를 비롯한 글로벌사우스 외교를 더 강화해야 할 것이다.

신범식 서울대학교 국제문제연구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