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사람들이 보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해야죠”

“모든 사람들이 보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해야죠”

[책과 길] 소중한 보물들
이해인 지음
김영사, 232쪽, 2만2000원

입력 2024-06-21 12:19
이해인 수녀가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수도회 입회 60주년 기념 단상집 ‘소중한 보물들’ 출간 기자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작은 사진은 1964년 입회 당시 이해인 수녀의 모습. 연합뉴스 김영사 제공

이해인 수녀는 받은 선물을 꼭 필요해 보이는 사람들에게 다시 선물한다. 그들은 좋아한다. 그는 생각한다. “어린 시절 작은 것에 기뻐하던 순간을 떠올리는 것일까. 세상에 시달리며 살다가 내가 준 선물을 보며 순결하고 순수했던 어린 날을 돌이켜보는 것은 아닐까”라고. “더 갖지 못해 아쉽기보다 더 베풀지 못해 아쉽다”는 그는 “나눌수록 커지는 사랑이 어떤 것인지, 사소한 선물을 나누고 양보하며 배운다”고 했다.

이해인 수녀가 1964년 처음 수녀원 문을 열고 들어가 60년이 되는 해를 기념해 출간한 단상집 ‘소중한 보물들’의 ‘첫말’에 나오는 글이다. 그는 지난 18일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기자들을 만나 “피아노 치는 사람이 손가락 무디지 않게 피아노를 치는 것처럼 수녀원 와서 일기와 메모를 썼다”고 말했다. 그렇게 모아놓은 180권이 넘는 일기장과 메모의 일부를 추려서 만든 책은 “순간순간을 보물로 만들어 살고 싶다”는 바람이 담겨 있다. 책 끝에는 새로 쓴 열 편의 시가 들어 있다.

그는 작은 것 하나에서도 기쁨을 찾고 배운다. 그가 꼽은 애착하는 물건은 솔방울과 조가비다. 솔방울을 지니고 있으면 산을 지닌 것 같고, 조가비를 지니고 있으면 바다를 지닌 것 같기 때문이다. 잘 씻고 말린 조가비에는 시구, 단어, 기도문을 적거나 그림을 그려 손님들에게 선물하곤 한다. 누군가 주고 간 등불을 보며 “나도 지혜의 심지를 지닌 작은 초가 되고 싶고, 세상을 밝히는 작은 등불이 되고 싶다”는 ‘고운 갈망’을 품는다. 많은 사람이 사인을 요청하기도 한다. 그때마다 ‘사인에도 작지만 큰 영성을 담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갖고 “사랑을 담아 화살기도를 바치는 심정”으로 정성껏 하려고 노력한다. 민들레 홀씨를 보면 “작은 위로와 작은 사랑이 민들레 솜털처럼 날아가 누군가의 마음에 꽃으로 피어나기를” 바란다.

그에게는 하루도 손님이 오지 않는 날이 없다. 그의 ‘해인 글방’ 곳곳에는 ”낯선 이를 냉대하지 말라, 천사일지 모르니” “손님이 오지 않는 집은 천사도 오지 않는다”는 환대와 관련된 격언을 담은 액자가 걸려 있다. 손님들을 차별하거나 무례하게 대하지 않겠다는 각오가 담겨 있다. 하지만 바쁘다는 핑계로 손님의 만남 요청을 받아들이지 못할 때도 있다. 그때마다 후회하고 자책하기도 한다. 그는 “남을 환대하는 것만큼 마음에 들지 않는 나 자신을 환대하는 용기도 필요하다”고 말한다.


책에는 그의 어머니가 수녀원에 들어간 딸에게 보낸 편지가 실려 있다. 어머니는 ‘작은 수녀에게’로 시작하는 편지를 자주 보냈다고 한다. 이해인 수녀는 여섯 살 때 6·25가 발발해 부산으로 피란을 갔다. 당시 아버지는 행방불명돼 어머니가 홀로 4남매를 키웠다. 그는 간담회에서 “신앙심 깊은 어머니의 희생과 수녀인 언니의 기도 덕분에 오늘에 이를 수 있었다”면서 “‘어머니가 또 다른 이름의 하느님이고 성모 마리아가 아니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죽음이 다가왔을 때 어머니가 떠나신 그 나라에 나도 가는 거니까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어 두려움이 적어지는 경험을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항상 사랑, 화해를 강조한다. 지팡이에 대한 단상에서는 “우리는 기대어 산다. 다투지 않고 기대어 살려면 하루 한 번 삶의 끝을 상상해야 한다. 자신과 다른 사람을 간절히 좋아해야 한다. 푸념하는 대신 미소 짓고, 불평하는 대신 감사 인사를 나눠야 한다”고 썼다. 우리 시대 사람들이 소중히 여겨야 할 가치를 묻는 말에도 주저 없이 “조금만 더 남을 생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어린 시절 부산으로 피난 갔을 때 셋방에 살았는데 그때 주인은 남이 아닌 친척같이 우리를 대해줬다”면서 “내 가족도 소중하지만 한 시대를 함께 사는 우리 모두를 서로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마음, 그런 영성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맹경환 선임기자 khmae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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