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배당 강단 의자를 보면 한국교회 권위주의 보인다?

예배당 강단 의자를 보면 한국교회 권위주의 보인다?

[생각해봅시다] 주도홍 전 부총장 SNS 글 큰 반향

입력 2024-06-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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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예배당을 묘사한 삽화로 설교자가 박사 가운을 입고 있고 그 뒤로 고급 의자가 배치된 모습을 강조하고 있다. 오른쪽 사진은 종교개혁가 칼뱅이 목회했던 스위스 제네바 생 피에르 교회당의 소박한 설교단 모습. 챗GPT, 국민일보DB

종교개혁 분야 전문가로 알려진 주도홍 전 백석대 부총장이 최근 자신의 SNS에 한국교회 내 권위주의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올려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주 교수는 교회 예배당 강단 위에 놓인 의자를 문제 삼았습니다. 유럽의 개혁교회에서는 높은 설교단만 있을 뿐 강단에 순서자를 위한 의자가 없다는 겁니다.

그는 “한국교회에서는 목사도 기도자도 사회자도 높은 강단에 오르는데 나름 멋있고 본인들도 회중을 내려다볼 수 있어 좋다”면서 “이런 모양을 유럽의 교회들이 택하지 않은 것은 분명히 성경적 이유 때문인데 권위주의를 교회에서 없애려 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유럽 개혁교회에서는 설교자가 설교를 마치면 회중석에 앉는다고 했습니다. 목사도 성도 중 한 사람이라는 것입니다.

주 교수의 주장은 한국교회 내 권위주의적 관행을 재고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목회자와 성도가 수평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적 변화를 제안한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히 강단의 물리적 배치를 넘어 교회 내 모든 권위주의적 요소를 제거하는 데까지 확장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는 교회 내 직분 서열화, 목회자와 성도 간 수직적 관계, 당회 중심의 일방적 거버넌스(의사결정 구조) 등을 포함합니다.

한국교회의 권위주의 문제는 우선 서열화된 직분 제도에서 드러납니다. 직분은 그리스도의 몸 된 교회를 세우기 위해 봉사하는 역할이지 서열이 아닙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목사 장로 권사 안수집사 서리집사 성도라는 식으로 서열화돼 교회 권위주의 문화를 고착시키고 있습니다.

일부 교회에서는 장로나 권사, 안수집사가 되기 위해 더 많은 헌금을 내야 하는 문화가 존재합니다. 임직식에 필요한 온갖 비용을 직분을 맡은 당사자들이 헌금으로 내기도 합니다. 이렇게 되면 경제적 여유가 없는 성도는 중요 직분을 맡기가 어렵고 교회의 평등성도 해칩니다. 이런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임직식에서 무기명 헌금을 받고 축하 선물을 주거나 받지 않습니다. 또 장로나 안수집사, 권사 직분을 임기제로 운용하는 교회도 있습니다.

설교자의 박사 가운 착용도 권위주의적 요소를 드러냅니다. 최근엔 많이 사라졌지만 일부 교회에서는 양쪽 소매에 세 개의 검은 줄이 새겨진 박사 가운을 착용한 설교자를 볼 수 있었습니다. 목회자 자신의 학문적 권위를 앞세우는 것으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런 이유로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은 1993년 장로와 목사는 같은 가운을 입되 목사만이 멍에를 멘 성직 수행을 표시한 스톨을 사용하도록 결의한 바 있습니다. 목회자의 본질적인 역할에 맞는 복식을 제안한 겁니다.

그밖에도 목회자가 자신의 권한과 책임을 성도와 공유하지 않고 성도를 목회자의 보조나 일꾼으로 생각한다든지, 목사와 장로로 구성된 당회가 교회 운영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것도 권위주의의 모습입니다. 성도 자신이 마땅히 해야 할 신앙생활을 목사에게 지나치게 의지하는 것도 권위주의를 강화합니다.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는 1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한국교회에는 권위 대신 권위주의만 난무하는 것 같다”면서 오늘의 한국교회가 진정한 권위를 잃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손 교수는 “권위는 지위나 직책과 관계없이 인품이나 학식 능력이 뛰어나 타인이 스스로 신뢰하고 승복하게 하는 힘”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권위주의 철폐에 대한 반론도 존재합니다. 교회 질서 유지를 위해 일정한 권위는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예를 들어 교회 내에서의 권위는 목회자의 지도력과 성경적 가르침의 역할을 통해 신앙 공동체의 질서를 유지하고 보호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말합니다. 권위와 권위주의는 구분해야 하며 권위 자체가 문제는 아니라는 것입니다. 손 교수도 이 점에서 동의했습니다. 그는 “교회에는 치리라는 개념이 있고 지도자에게는 제도적 권위를 준다”면서도 “어디까지나 그 권한은 섬김을 위한 것이지 본인의 명예나 쾌락을 위해서 사용돼선 안 된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신약성경 에베소서 5장 21절은 “그리스도를 경외함으로 피차 복종하라”고 말씀합니다. 예수님과 초대교회가 보여준 수평적 전통을 다시 살리기 위해 우리는 어떤 노력을 할 수 있을까요.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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