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블시론] 기독교 영성은 삶의 입맞춤

[바이블시론] 기독교 영성은 삶의 입맞춤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

입력 2024-06-21 00:33

만발한 꽃이 꽃비가 되어 내리는 봄이면 기다렸다는 듯이 행복에 젖어든다. 앙상한 가지와 황량하고 추운 겨울을 지나 온갖 만물이 살아나는 새봄은 그렇게 생명으로 충만하여 우리의 눈을 호사시키며 삶의 희망으로 안내한다. 자연의 섭리와 계절의 순환 속에 살아야 하는 모든 존재는 본능적으로 간절히 느끼며 원한다. 하지만 꽃만 좋아해선 안 된다. ‘꽃을 버려야 열매를 얻을 수 있다’는 말처럼 꽃 이외의 모든 걸 알아야 한다. 그러므로 나를 안다는 건 함께하는 모든 걸 알아야 한다.

인간의 탐욕은 끝을 모르고 균형과 조화를 버렸다. 이기적이고 독선적이며 근시안적인 삶에 매몰됐다. 어울림이나 생태적 감성은 뒷전으로 밀려났고 생명의 존엄이나 존재의 가치보다는 부와 이권에 눈이 멀어 소중한 걸 외면했다. 자연과 생태를 떠난 인간사회가 가능한지 물어야 한다. 첨단 신도시를 아무리 멋지게 건설해도 자연이 없으면 황무지이다.

농촌이 없는 도시나, 농업이 없는 과학과 IT산업이 가능한가. 농업은 다른 게 없어도 가능하다는 것을 농자지천하지대본(農者之天下之大本)이란 말이 증명한다. 역사를 보면 과학이나 문명의 발전을 통해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말하지만, 한편으로는 끊임없는 문제와 새로운 숙제를 만들어 왔다. 기술과 문명이 첨단화될수록 문제나 숙제는 심각해졌다. 이미 전문가들은 수없이 경고하고 예견해 왔다. 인류가 이렇게 진행해 나간다면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되고 통제불능의 절망을 맞게 된다고. 하지만 모든 나라는 경제 성장을 목표로 삼고 이윤 추구를 극대화하기 위해 자연이나 생태는 물론 생명의 가치를 헌신짝처럼 다루고 있다.

기독교 신앙은 하나님이 세상을 만드셨음과 그분을 주인으로 고백하는 창조신앙이다. 세상의 모든 건 우리 것이 아니며 하나님의 무한한 섭리와 은총이 배인 소중한 생명으로 서로에게 유익한 관계로 존재한다. 이것을 가리켜 녹색 은총이라 말한다. 인간의 타락과 범죄로 세상이 저주받았다면, 이제는 예수 그리스도로 인간과 함께 자연의 모든 피조물이 제자리를 찾고 저마다의 생명으로 충만하게 살아야 한다.

기독교 신앙은 생태적 영성을 기본으로 한다. 더 자연의 존재를 수단화하거나 평가절하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들의 꽃과 공중의 새를 보며 창조주 하나님을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 생태와 자연의 생명을 사랑하며 함께하는 것이 진정한 영성이다. 일상의 삶이 빛이 나고 의미가 있으려면 신앙의 본질인 생태 영성을 품어야 한다.

종교가 ‘사회 문제’로 전락했다는 탄식이 식상하게 들리는 건 여전히 기복적이고 이기적이며 세속적이라는 뜻이다. 교회에 대한 신뢰가 바닥을 치고 크리스천의 위상이 곤두박질치는 시대 속에서 부흥이나 성장이 아닌 현상 유지를 걱정하는 건 당연한 일일지 모른다.

교회가 많아지고 신앙인이 많아지는 것과 하나님 나라는 다르다. 복음화를 높이고 마을 전체를 기독교화시키는 것도 외부적 요인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 중요한 건 예수 그리스도의 영성이 나에게 있는가, 그 영성은 삶의 입맞춤이 있는가로 판단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는 기독교 영성을 다시 생각해 본다. 기독교 영성은 사회적 영성이고 성서적 영성이며, 생태적 영성이며 공동체 영성이다. 이런 기독교 영성은 세상에 오셔서 거룩한 입맞춤으로 우리를 환대하신 예수 그리스도와 같은 삶의 입맞춤이다.

그리스도인이 머무는 자리에서는 봄날처럼 새싹이 올라와야 한다. 꽃이나 열매만을 원하지 않고 주변의 모든 것을 인정하며 사랑해야 한다. 완벽함을 말하자는 게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의 정체성으로 삶의 지향성을 원하는 것이다.

백영기 쌍샘자연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