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사업비 3% 불과한 자본으로 PF 대출 받아온 시행사들

[사설] 사업비 3% 불과한 자본으로 PF 대출 받아온 시행사들

입력 2024-06-21 00:33
국민일보DB

은행·보험업계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자금 순환을 위해 최대 5조원을 공급하는 ‘PF 신디케이트론(공동대출)’을 가동한다고 금융위원회가 어제 밝혔다. 사업성이 부족해 공사가 중단된 PF 사업장의 경·공매 매입자금을 은행과 보험사가 함께 빌려준다는 얘기다. 23조원 규모의 사업장이 부실화된 것으로 추정될 정도로 부동산 PF 대출 문제가 심각한 상황이다. 정상화엔 미흡할 순 있어도 시장 불안을 잠재우는 데는 다소 도움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사후약방문은 한계가 있다. PF 부실은 2011년 저축은행 위기, 2019년 증권사 채무보증 위기, 2022년 레고랜드 사태 등을 통해 잊을만 하면 나타났다. 그때마다 당국은 유동성 지원으로 불을 끄는데 급급했다. 이는 잠시 약발을 가져다줬을 뿐이다. 금리 하락기에 접어들어 PF 대출이 늘면 새로운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더 이상 미봉책에 의지해선 안 된다. 마침 이날 한국개발연구원(KDI)이 “PF 사업 자기자본 비율을 선진국 수준인 30~40%로 높여야 한다”고 제안한 보고서를 냈는데 당국은 유념할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 시행사 자기자본은 총사업비의 3%에 불과하지만 공사계약을 수주한 건설사가 상환을 보증하면서 대출이 이뤄진다. 이는 영세 시행사의 ‘묻지마 투자’를 일으키고 경기가 나빠지면 사업 부실로 이어진다. 결국 시행사가 PF 대출을 받을 때 최소 자기자본비율을 요구하도록 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 골자다. 자기자본 비율이 평균 40%에 달하고 개발이익을 사회화할 수 있는 간접부동산투자회사인 ‘리츠’를 시행사로 활용하자는 방안도 눈에 띈다. 사실 당국과 업계도 이런 해법을 모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구조조정이 수반되고 부동산 시장에 파장을 줄 수 있기에 애써 외면했던 문제다. 하지만 위기의 악순환을 끊으려면 이제는 원인을 직시해야 한다. 시행사 문제에 대한 정공법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