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북·러 군사동맹 부활… 우리도 대응 수단 가져야

[사설] 북·러 군사동맹 부활… 우리도 대응 수단 가져야

입력 2024-06-21 00:30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19일 평양 금수산 영빈관에서 포괄적 전략 동반자 협정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러시아가 북한과 체결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조약)은 오래전 폐기된 북·러 군사동맹의 부활이다. 조선중앙통신이 20일 공개한 조약은 냉전 해체와 함께 사라진 옛 소련의 한반도 유사시 자동 군사개입 조항을 되살려놨다. 조약 4조는 ‘어느 일방이 무력 침공을 받아 전쟁 상태가 되면 타방은 지체없이 모든 수단으로 군사 원조를 제공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소련이 1961년 북한과 체결한 ‘조소 우호협조 및 상호원조 조약’(동맹 조약) 1조와 같은 내용이다. 동맹 조약은 1996년 폐기됐으며, 소련 해체 후 러시아가 북한과 2000년 체결한 ‘우호 선린 협조 조약’(우호 조약)으로 대체됐으나 자동 군사개입 조항은 빠졌다. 그런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평양에서 체결한 조약은 2000년의 우호 조약의 효력을 상실시키면서 군사 동맹을 복원시켰다.

북·러 군사동맹의 복원은 한반도의 안보환경을 요동치게 만든다. 동북아의 국제질서를 1990년대에 해체된 냉전 시절로 되돌리려는 위험한 시도다. 푸틴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어느 한쪽이 침략을 당할 경우 상호 지원을 제공하고, 군사 기술 협력 진전을 배제하지 않으며 정치적 동기를 지닌 제재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인 러시아의 국가원수가 안보리 결의사항을 부정하고 유엔의 제재를 받고 있는 북한의 뒷배를 버젓이 자임한 것이다.

정부는 유엔 제재를 비웃는 북·러 군사동맹에 비상한 각오로 국가 안보 전략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비핵화는 현실 불가능한 목표라는 걸 받아들여야 한다. 오히려 핵을 가진 북한이 러시아의 도움으로 군사정찰위성과 핵 잠수함 등 전략자산 개발에 박차를 가할 가능성이 높아진 만큼 우리도 그에 맞서는 대응 수단을 가져야 한다. 러시아가 핵심 기술을 북한에 넘겨주지 않을 것이라는 안일한 생각은 경계해야 한다. 러시아에게도 강력하게 경고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핵심 군사기술을 이전하거나 북한의 핵 고도화를 부추기는 행위를 하지 않겠다고 약속하지 않는다면 한국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에 타격을 주는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고 압박할 필요가 있다. 국제 사회에서 북·러 동맹을 지지하는 세력이 확대되지 않도록 외교적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북·러 군사동맹과 두 나라의 밀착을 불편하게 바라보는 중국이 견제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중국과 긴밀히 대화할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