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들 자신감 찾아… 파리올림픽 희망적 성과 나올 것”

“선수들 자신감 찾아… 파리올림픽 희망적 성과 나올 것”

[스포츠인] 장재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

입력 2024-06-24 10:30
장재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이 지난 13일 충북 진천 국가대표 선수촌에서 국민일보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번 파리올림픽에 사상 최소 인원이 출전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한국 스포츠의 위기라는 인식이 강하지만 장 촌장은 “대표 선수들이 멋진 경기를 보여줄 것”이라며 긍정적인 기대를 드러냈다. 진천=윤웅 기자

2024 파리올림픽은 한국 엘리트 체육이 향후 나아갈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시험대로 여겨진다. 국제 경쟁력 약화로 한국 스포츠의 위상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가운데 올림픽에 나설 선수단의 규모는 50명이 출전했던 1976 몬트리올 대회 후 역대 최소 인원이 확실시되고 있다. 한국 체육이 사상 최대 위기를 맞았다는 안팎의 평가가 지배적인 안타까운 상황이 도래했다.

그럼에도 장재근 진천국가대표선수촌장은 가장 먼저 ‘희망’이라는 단어를 꺼냈다. 그는 “요즘 국가대표 선수들의 표정이 매우 밝다. 이번 파리올림픽에서 희망적인 성과가 나올 거라 기대한다”며 “선수들이 근심과 걱정보다는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찾은 것 같다. 마음의 여유와 긍정의 힘을 가진 선수들이 뭔가 큰일을 해낼 거라 믿는다”고 말했다.

파리올림픽 개막을 한 달여 앞둔 지난 13일 충북 진천국가대표선수촌에서 장 촌장을 만났다. 그의 집무실에 비치된 화이트보드에는 파리올림픽 출전 종목 및 선수 현황 등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이날 기준 올림픽 출전이 확정된 한국 선수의 규모는 110명을 조금 넘어선 수준이었다. 204명의 선수가 출전했던 2021년 열린 도쿄 대회 때보다 한참 밑도는 수치다.

장 촌장은 “예전보다 선수 숫자가 많이 줄었지만 전통의 효자종목인 양궁, 펜싱 외에도 배드민턴, 사격, 유도 등 숨겨진 다크호스 종목들이 선전을 해주고 있다”며 미소를 보였다. 이어 “올림픽에서 어떤 변수가 생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깜짝 메달’이 나올 수 있도록 선수들의 뒤에서 최선의 지원을 다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선수촌장’은 말 그대로 국가대표 선수들이 모여 사는 마을의 이장이자 사령관이라고 볼 수 있다. 국가대표 선수들의 모든 훈련 스케줄을 점검하고 각종 보고를 받는 총책임자 역할을 한다. 올림픽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가장 큰 걱정은 선수들의 부상과 컨디션이다.

그는 “각 종목 지도자들이 선수들의 부상 방지에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 지금부터 바이오리듬이 올라가선 안 된다고도 강조한다”며 “절정의 시간은 올림픽 경기 일주일 전쯤이 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3월 부임한 장 촌장은 하나의 선수촌 문화를 만들고자 노력해 왔다. 특히 그는 ‘기본’을 중요시 한다. 직접 진행하는 입촌 교육에선 선수들에게 ‘인사하기’를 강조한다. “국가대표 선수들은 한 곳에 살고 훈련하면서 같은 목표를 공유한다. 우리 사회 어느 곳에서나 인사는 기본이고, 모든 일의 시작이 아닌가. 종목이 다르거나 잘 모르는 사이라도 서로 웃으며 인사하는 문화를 만들었다.”

그가 선수촌장이 된 이후로는 매일 진행되는 새벽 운동도 부활했다. 누군가는 구시대적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결국 선수들의 기초체력이 중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장 촌장은 “세계적인 스포츠 스타들을 보면 줄기차게 뛰어다닌다. 체력이 받쳐주니 기술도 잘 쓰고 전체적인 기량을 높일 수 있는 것”이라며 “새벽 운동이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몸 전체의 근육을 고루 풀고 긴장감을 주게 된다. 반복하면 자연스레 체력이 쌓이게 된다”고 강조했다.


장 촌장은 후배 선수들이 ‘세계 1등’이 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절대 놓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선수들이 국가를 위해 뛴다고 말하는 시절은 지났다”며 “선수 개인이 최고 자리에 올라서면 나라나 가족, 친구들의 위상은 다 같이 올라간다. 자연스레 노력에 대한 보상도 따라오게 된다”고 말했다.

장 촌장이 꿈꾸는 진천선수촌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청춘을 바쳐 운동에만 매진하는 선수들이 하나의 빛을 볼 수 있는 장소로 뿌리내리길 그는 염원했다. 선수 모두가 스스로 절실함을 갖고 노력해 인생의 길을 열길 바란다고 했다.

“선수 본인들을 위해 이 악물고 죽기 살기로 해야 한다는 얘기를 많이 한다. 스포츠는 치열하게 싸우고, 싸워서 이기면 즐거워진다. 결국 국민들이 엘리트 체육에 기대하는 것도 선수들이 아름다운 도전을 통해 선사하는 그런 짜릿함인 것 같다.”

1980년대 육상 단거리 스타로 활약했던 장 촌장은 소위 MZ 선수들을 보며 세대 차이도 느낀다. 가장 큰 차이점은 요즘 선수들이 스스로 절제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그는 “음주도 자제하고 몸 관리를 알아서들 잘 하는데, 강압적 절제가 이뤄졌던 과거 세대와는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강압적인 운동 문화가 사라진 가운데 충분한 잠재력을 갖고도 성장하지 못하는 선수들이 보일 때는 아쉬움이 크다고 한다.

현재 한국 선수단의 파리올림픽 메달 목표는 금메달 5개에 종합순위 15위로 하향 설정돼 있다. 구기와 투기 종목 등의 부진 여파를 고려한 것이다. 이에 대한체육회는 메달 획득 가능성을 1%라도 높인다는 목표를 세우고 프랑스 현지에 사전 훈련캠프를 운영키로 했다. 올림픽 대비 사전 훈련캠프가 마련되는 건 2012년 런던 대회 이후 처음이다.

장 촌장은 “통상 선수들이 해외에 나가면 시차 적응에만 5일 정도가 소요된다. 시차 적응 기간에는 제대로 훈련하기도 어려워 막상 올림픽 경기가 시작되면 제 기량을 발휘하기 어렵다”며 “미리 사전 훈련캠프에서 적응을 마친 뒤 올림픽선수촌에 들어가면 예상보다 더 좋은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비록 파리올림픽에는 나서지 않지만 국가대표들의 훈련 상대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파트너 선수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현재 진천선수촌에는 각 종목마다 파트너 선수들이 대거 입촌해 있다. 동료 선수들이 최상의 성적을 내도록 돕는 보조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장 촌장은 “어찌 됐든 계속 해봐야 실력이 느는 거 아니겠나. 단지 운이 좋지 않아 이번 올림픽엔 나가지 못하지만 충분한 실력과 잠재성을 지닌 선수들이 많다”며 “파트너 선수들도 다음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 때는 국가대표로 선발돼 주역이 될 수 있다. 각자가 조연이지만 주연이라는 생각으로 선수촌 생활을 거쳐 도약을 이뤄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대회 개막일은 다가오고 있지만 선수촌장의 걱정은 끊이지 않고 있다. 예상했던 것보다 파리올림픽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는 것 같다는 고민도 털어놨다. 선수들이 많은 응원과 격려를 받는다면 더욱 힘을 내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장 촌장은 “그래도 올림픽 열풍은 반드시 불어올 거라고 생각한다. 우리 스포츠 스타들이 국민들에게 한여름 밤의 청량제와도 같은 멋진 경기를 보여줄 거라고 굳게 믿는다”며 “국민 여러분의 응원은 파리에 전달될 거고, 선수들은 그 응원에 분명히 보답을 할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진천=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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