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러 악화일로, 전략적 외교 강화 필요

[사설] 한·러 악화일로, 전략적 외교 강화 필요

북·러 조약 → 무기 지원 → 상응 조치
상황 악화 우려
북 도발 오판 억지해야

입력 2024-06-22 00:31 수정 2024-06-22 00:31

북한과 러시아의 위험한 밀착에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을 재검토하기로 하자, 러시아가 상응조치를 거론했다. 우리의 초강수 전략에 러시아가 공개 경고장을 날린 것이다. 한·러 관계가 물고 물리는 맞대응 속에 악화일로로 치닫지 않을까 우려스럽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일 한국 정부를 겨냥해 “살상 무기를 우크라이나 전투 구역에 보내는 것은 아주 큰 실수가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우리는 상응하는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위협했다. 이는 북·러 간 군사동맹을 복원한 ‘포괄적인 전략적 동반자 관계 조약’ 체결에 대해 우리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 문제는 재검토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 우크라이나에 살상 무기를 직접 제공하지 않는다는 기존 방침을 바꿔 초강경책을 꺼내 들었다. 러시아가 자초한 일이다.

외교부는 21일 북·러 조약 체결 관련 주한러시아 대사를 초치해 항의했는데 당연한 수순이다. 러시아가 북한을 지원해서 한국의 안보를 위해할 경우 한·러 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임을 명확히 해야 할 것이다.

한·러는 이달 초만 해도 관계가 악화되지 않을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었다. 하지만 최악의 위기 상황으로 급변하면서 당장은 복원을 기대하기 어려워졌다. 이런 가운데 북한군이 또다시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작업하던 중 군사분계선을 침범했다. 이달 들어 벌써 3번째다. 우리 군의 경고사격에 바로 북상한 걸로 미뤄 단순 침범으로 판단되지만 마음을 놓을 수 없는 상황이다. 북한이 러시아를 믿고 도발이나 오판을 할 가능성까지 염두에 두고 이를 억지할 방안도 강구해야 할 것이다.

남북과 한·러 관계는 신냉전에 가까운 뉴노멀에 돌입했다. 한반도 안보 상황은 냉전 시대로 회귀한 듯 긴장이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신냉전의 스크럼을 깨기 위한 전략적 외교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 북·러의 밀착을 제어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외교 노력 전개가 필요할 것이다. 가치를 공유하는 미국·유럽연합 등 동맹 우호국과의 다자외교 무대를 활용한 공조를 강화해야 한다. 러시아를 향해서 지금의 상황을 분명히 경고하는 동시에 북·러 밀착을 경계하는 중국을 끌어당기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미·일 안보 협력을 견고히 가져가는 것을 대전제로, 한반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