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 물에 빠진 벌 구하기

[살며 사랑하며] 물에 빠진 벌 구하기

김선오 시인

입력 2024-06-24 00:31

태국의 낮은 너무 더워서 매일 야외 수영장에 갔다. 하루는 수영장에 빠진 벌을 발견했다. 처음에는 이미 죽었다고 생각했지만 가까이에서 보니 벌은 여전히 살아 움직이고 있었다. 나와 일행은 수영장 근처에서 떨어진 꽃 한 송이를 주워 벌에게 가져다주었다. 벌은 신기하게도 꽃을 보자마자 꽃 쪽으로 다가오더니 바로 올라탔다. 우리는 벌과 꽃을 물 밖으로 옮겨주었다. 벌은 햇볕 아래에서 한참 몸을 말리더니 마침내 날아갔다. 그 뒤로 우리는 수영장에 빠진 벌을 볼 때마다 같은 방법으로 구해냈다. 벌은 물속에서도 쉽게 죽지 않았고 꺼내주면 다시 날아갔다.

찾아보니 사람과 마찬가지로 벌도 더운 날에는 물가에서 더위를 식히는 것을 좋아하고 안정적인 수분 공급원을 필요로 한다고 했다. 벌의 시력은 꿀을 마시고 꽃가루를 채집할 수 있는 꽃을 발견하는 일에 완벽하도록 정교하게 설계돼 있어 수원을 발견하는 데는 서툴기 때문에 벌들은 물을 찾기 위해 후각을 이용한다. 염소 또는 소금 처리가 된 수영장 물은 강한 냄새를 뿜으며 벌을 유인하지만 수영장은 벌이 익사하기에 너무 쉬운 장소다. 기후 위기로 인해 점점 사라지고 있는 벌을 구하는 한 가지 방법은 낮은 그릇에 물을 채우고 안전하게 착륙할 수 있는 작은 돌을 그릇 가운데에 놓아 벌 목욕탕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최근 꿀벌 개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감소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국내에서 약 100억 마리의 꿀벌이 집단 실종된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다. 꿀벌은 인간 식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매개체이며 농작물의 수확량과 꿀벌 개체수는 무척 밀접한 관계에 있다. 꿀벌의 감소는 농산물 수확량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인류의 생존과 직결될 것이다. 물론 국가와 산업 차원에서 관리해야 하는 규모의 사건이지만 한 사람이 한 마리의 벌을 구한다면, 최소한 작은 벌 하나도 소중히 하는 마음을 우리가 공유할 수 있다면 벌의 개체수 감소를 조금이라도 늦출 수 있지 않을까.

김선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