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설교] 하나님의 나라는 땅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

[오늘의 설교] 하나님의 나라는 땅의 정의를 실현하는 것

마가복음 4장 26~34절

입력 2024-06-25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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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말씀은 하나님 나라의 비유입니다. 예수님이 제자들에게 가르쳐주신 ‘주기도’의 핵심은 하나님의 뜻이 하늘에서와 같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는 것, 즉 하나님 나라의 실현입니다. 예수님은 하나님 나라의 실현을 본인의 양식으로 삼으시고 실천하셨습니다. 하나님 나라를 농사에 빗대어 설명하는 것을 보면 모인 이들 대부분이 농부였을 겁니다. 농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땅과 씨앗입니다. 예수님은 농부들에게 익숙한 단어를 사용해 이해하기 쉽게 땅과 겨자씨에 비유해 알려주십니다.

하나님 나라는 ‘땅에 정의를 실현하는 것’입니다. 강원도 태백에 1965년 예수원을 설립한 고 대천덕 신부님은 “땅은 하나님의 것이라”(레 25:23)고 하시며 땅의 공유 실천을 강조하셨습니다. 이를 실천하도록 사상적 기반을 제공한 미국의 정치경제학자인 헨리 조지는 세상의 모든 불평등의 원인은 지대(地代) 즉 땅 주인에게 내는 돈이라고 했습니다.

사실 인공지능(AI) 로봇을 발명할 만큼 인류는 문명이 발전했는데도 왜 수많은 사람은 여전히 가난하게 살아갈까요. 그 이유는 바로 땅값에 있습니다. 카를 마르크스는 가난의 이유를 자본가의 노동자 착취라고 보았지만 조지는 땅을 빌려주고 받은 돈인 지대가 사람이 누려야 할 부를 부당하게 빼앗아가고 있다며 가난의 이유를 땅에서 찾았습니다.

조지는 그의 저서 ‘진보와 빈곤’에서 “돈을 투자하는 자본가는 사업 아이디어를 내고 기업을 경영하고 노동자는 일한다. 그런데 땅 주인은 무엇을 하는가. 땅을 제공했다고? 땅은 그냥 땅일 뿐, 아무 일도 하지 않는다. 그런데 왜 땅을 제공했다는 이유로 돈을 가로채는가” 하며 지적합니다. 이에 대한 해결책은 ‘단일 토지세(Single tax)’라고도 불리는 ‘토지 가치세’입니다. 땅을 빌려준 대가로 지대를 받았다면 그 지대를 모두 세금으로 내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땅은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이고 자연은 모든 피조물이 공평하게 사용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몇 년 전 우리 사회에 젠트리피케이션이라는 말이 유행했습니다. 이 말은 1964년 영국의 사회학자 루스 글래스가 처음 사용한 개념으로 ‘상류사회’를 뜻하는 ‘젠트리(gentry)’에서 파생된 것으로 빈민가의 고급 주택지화’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쫓기는 현상을 말합니다. 얼마 전 청년 투기 바람이 불어 소위 ‘영끌족’이 생겨 너도나도 조물주 위에 건물주가 되는 것이 꿈이었습니다. 건물주가 되는 청년들의 희망은 결국 사회의 불평등, 즉 양극화를 악화시키는 것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땅 투기에 따른 소득 불균등과 저출산, 고독사, 환경 오염 문제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조지의 사상대로 땅의 정의가 실현된다면 지금보다는 모두가 풍성함을 누릴 수 있습니다. 겨자씨의 비유는 그 풍성함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땅에 심을 때에는 세상의 어떤 씨앗보다 더 작은 것이지만 심어 놓으면 어떤 푸성귀보다 더 크게 자라고 큰 가지가 뻗어서 공중의 새들이 그 그늘에 깃들일 만큼 된다고 하셨습니다.

하나님의 나라는 땅의 소출을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이 독차지하는 것이 아니라 씨를 뿌리고 가꾼 농부와 공중의 새들도 날아와 앉아 먹고 쉴 만큼의 풍성함을 함께 누리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땅의 정의는 곧 분배의 정의입니다.

19세기 프랑스 화가 밀레는 빈곤한 농부들의 고단한 일상을 우수에 찬 분위기에서 서사적 장엄함을 담아내 사실주의 화가라고 일컬어집니다. 밀레가 그린 ‘씨뿌리는 사람’이라는 작품 속에 등장하는 고단한 농부의 입가에 희망의 미소가 번졌으면 좋겠습니다.

한덕훈 사제 (대한성공회 성북나눔교회)

◇한덕훈 사제는 ‘가난한 나눔의 공동체’인 성공회 성북나눔의집 원장으로 지역 활동가와 ‘가난해도 행복한 세상’을 지향하며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벗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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