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 청문회 벌 퇴장

[한마당] 청문회 벌 퇴장

손병호 논설위원

입력 2024-06-25 00:40

학교에서 학생 몸을 때리거나 신체적 고통을 주는 체벌은 금지돼 있다. 그 대안으로 벌로 교실 밖에 나가 있으라는 분리 조치가 제한적으로 허용된다. 수업에 방해가 되니 나가 있으라는 것인데, 이 역시도 교실 안에서 최대한 다른 방법을 써본 뒤 취하는 게 바람직하다. 지난해 개정된 ‘교원의 학생생활지도에 관한 고시’에는 교육 활동을 방해하는 학생을 분리할 때 취할 조치가 ①교실 내 다른 좌석으로의 이동 ②교실 내 지정된 위치로의 분리 ③교실 밖 지정된 장소로의 분리 등의 순으로 소개돼 있다. 교실 밖으로 내보내진다는 건 ‘너랑 같이 있기 어렵다’는 메시지이고, 같은 반 급우 외 다른 사람들에게 벌 받고 있는 게 알려질 수 있어 그만큼 학생의 상처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학교에서도 아주 제한적으로 취해지는 이런 식의 ‘벌 퇴장’이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채 상병 특검 입법청문회’에서 세 번이나 취해졌다.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증인으로 참석한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 이시원 전 대통령비서실 공직기강비서관의 답변 태도 등을 문제 삼아 “반성하고 돌아오라”며 10분씩 퇴장시켰다 들어오게 했다. 한 법사위원은 농담조로 “퇴장시키려면 한 발 들고 두 손 들고 서 있으라 해야지”라는 말도 거들었다. 청문회에선 퇴장 조치뿐 아니라 증인들을 호통치는 장면도 여러 차례 보였다.

전 국민이 보는 방송을 통해 벌 퇴장을 당한 당사자들이 느꼈을 모욕감이 이만저만 아니었을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24일 “마치 왕따를 만들어 집단폭행하는 학폭 같았다”고 비판했다. 증인들 답변 태도가 불성실하다는 이유 때문이겠으나 아무리 그래도 그런 식으로 모욕을 주는 건 결코 온당하지 않다. 당사자뿐 아니라 이를 지켜본 다른 많은 이들도 불쾌감을 느꼈을 것 같다. 무엇보다 아직도 고성을 지르고 호통치고, 벌 퇴장이 취해지는 후진적인 청문회 풍경에 대한민국 정치를 향해 레드카드를 꺼내들고 싶었을 국민이 많았을 것이다.

손병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