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중동 등 16개국 출신 교인 어울려… 타종교인도 한 울타리

남미·중동 등 16개국 출신 교인 어울려… 타종교인도 한 울타리

[뉴웨이 찾는 미국 한인교회] <상> 우리는 ‘다문화·다민족’으로
시카고 올네이션스교회의 도전

입력 2024-06-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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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자 급감, 교회 구성원의 세대교체, 기독교 신뢰도 저하….’ 한인 이민 120여년의 역사와 궤를 같이하는 3500여 미국 한인교회들이 마주한 현실이다. 다민족·다문화 교회를 지향하는 등 ‘새로운 길(New Way)’을 찾아 나서는 미 시카고 한인교회들의 도전과 디아스포라 교회 및 한국교회의 미래를 세 차례에 걸쳐 보도한다.

콜롬비아와 베네수엘라, 콩코, 카메룬, 필리핀, 엘살바도르, 이라크 출신의 난민들이 지난 4월 부활절 미 시카고 올네이션스교회에서 특송을 하고 있다. 글을 읽지 못하는 이들은 이 찬양을 부르기 위해 가사를 외웠다. 올네이션스교회 제공

지난 11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일리노이주 시카고 북부 피터슨가. 인적이 뚝 끊겨 삭막함마저 느껴졌다. 활력을 잃은 거리는 단조로웠다. 한 집 유리창에 붙어 있는 우크라이나 국기가 눈에 들어왔다. 맞은편 주택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또 다른 국기가 펄럭이고 있었다.

도로 끝에 위치한 건물 지하로 내려가자 예배실이 나타났다. 지하 예배당은 30도가 넘은 외부와는 달리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인종의 용광로’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민족이 모이는 올네이션스교회(All Nations Gospel Community Church·변해성 목사)의 첫 모습이다.

이 교회 공동체에는 멕시코와 콜롬비아, 베네수엘라, 엘살바도르, 콩고, 카메룬, 이라크, 몽골, 필리핀을 비롯해 아프리카 동부 에리트레아처럼 낯선 나라 출신 교인들이 함께 신앙생활을 하고 있다. 이뿐 아니라 아프가니스탄이나 시리아 출신의 무슬림 난민들도 교회 문턱을 넘는다. 어림잡아 국적만 16개국 출신이 교회에 드나드는 셈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이런 분위기는 아니었다. 한국인들만 모이는 전통적인 한인교회였다. 특별할 게 없던 작은 규모의 한인교회가 어떻게 다민족을 품는 공동체로 변했을까.

변해성(48) 목사는 “교회 주변으로 원래 한인들이 많이 살던 지역이었지만 지금은 다양한 민족·국가 출신의 난민이 많이 산다”면서 “이들이 자연스럽게 교회로 모이기 시작했고 교회도 이들을 사랑과 존중의 마음으로 환대하면서 다민족 공동체로 바뀌게 됐다”고 설명했다.

변해성(오른쪽) 목사가 최근 남미 출신의 한 난민과 스마트폰 번역 앱을 통해 대화하는 모습. 유튜브 캡처

물론 노력 없이 얻은 열매는 아니었다.

교회는 ‘다른 종교를 가진 교인’을 위해 거의 매달 누구라도 참여할 수 있는 다채로운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교회를 편하게 찾을 수 있도록 배려하는 차원에서다.

그동안 성금요일과 부활절, 추수감사절, 성탄절 등 절기 때마다 음악 연주회와 찬양집회, 드라마, K팝 댄스, 연극 등을 준비해 지역 주민을 초청했다. 봄·가을 두 차례 바자회도 여는데 행사 준비부터 진행까지 여러 종교를 배경으로 한 주민들과 함께하면서 어느새 동네 잔치가 됐다.

매년 6월 둘째 주일 치러지는 ‘어린이날 행사’와 여름성경학교는 무슬림까지 함께 행사를 준비할 정도로 지역의 명물이 됐다. 동시에 다민족 주민과의 접점을 넓히면서 ‘교회로 다가온 이웃’에게 복음을 전하기 위한 방법이 되고 있다. 올네이션스교회의 이 같은 사역은 ‘교회 행사=지역 행사’라는 분위기를 형성했다고 한다.

변 목사는 “교회의 본질이 영혼 구원이자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이어가는 것이기 때문에 먼저 다양한 배경을 가진 교인들과 친밀한 관계를 맺은 뒤 함께 예배를 드리고 행사 준비도 하면서 교제하고 있다”면서 “물론 주민들이 당장 세례받고 개종하는 건 아니지만 예수님 중심의 예배를 통해 보슬비 같은 은혜를 경험하는 이들이 많다”고 귀띔했다. 이런 영향 때문이었을까. 실제 세례를 받겠다고 자원하는 이들도 생겼고 교회는 이들을 대상으로 첫 세례교육을 준비 중이다.

올네이션스교회의 도전은 ‘뉴웨이’를 찾는 한인교회들 사이에서도 상징적이다.

변 목사는 “미국의 한인사회도 크게 변하고 있는데 ‘한국인들만의 신앙 공동체’를 고수해서는 한인교회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데 공감대가 있다”면서 “우리 교회가 정답은 아니어도 다민족 사회인 미국의 현실 속에서 한인교회가 다민족을 품는 교회로 나아가야 하지 않을까 내다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카고(미국)=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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