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가계 대출 규제 연기, 부동산·금융 시장 불안 부채질 우려

[사설] 가계 대출 규제 연기, 부동산·금융 시장 불안 부채질 우려

입력 2024-06-26 00:33

정부는 지난 2월부터 우리 경제 시한폭탄인 가계빚을 줄여보겠다며 의욕적으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밀어붙였다. 새 규제는 금리 상승 대비 가산 금리(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 원금이 줄어들도록 설계됐다. 업권과 대출 종류에 따라 순차적으로 도입키로 하고 1단계로 지난 2월 26일부터 은행권 주택담보대출에 적용했다. 이어 은행 신용대출과 2금융권 주담대로 확대하고 스트레스 금리도 25%에서 50%로 늘리는 2단계 규제를 다음 달 1일부터 시행키로 했다.

그런데 금융위원회는 일주일도 안 남은 어제 돌연 시행을 9월 1일로 미루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스트레스 금리 100%가 적용되는 3단계 규제도 내년 초에서 하반기로 연기됐다. 이는 정책의 예측 가능성을 허물어 정부 신뢰를 무너뜨리는 횡포다. 그간 2단계 시행을 앞두고 대출한도 축소 시뮬레이션을 돌리고 고객들을 상대로 대출 축소 안내 서비스를 하는 등 만반의 준비를 해 온 금융기관들은 난감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범정부적으로 논의 중인 자영업자 대책과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연착륙을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한다. 제2금융권 주담대의 경우 대출액이 줄어드는 차주가 약 15% 정도로 분석돼 이들의 어려움을 고려했다며 서민·자영업자 부담을 덜어주려는 것임을 인정했다. 그러나 두 달 미룬다고 그동안 곪아온 두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봤다면 근시안적 발상이 아닐 수 없다.

더 우려스러운 건 시장에 가계대출 총량 억제라는 정부 정책 기조가 느슨해졌다는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다는 점이다. 가뜩이나 서울 아파트값이 13주 연속 오른 데다 금리까지 내려가면서 가계대출이 급상승 중인 상황에서 정부 조치가 부동산 시장 불안을 재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근 대통령실이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압박 발언을 한 데 이어 국민의힘이 한은 부총재와 금융위 부위원장을 불러 민생경제 특위까지 열려고 하는 걸 보면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 정부의 일관된 금융정책에 구멍이 나면 시장이 무너지는 건 순식간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