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건강] 음주·흡연하고 운동 안하면 정상체중도 식도암 위험 10배

[And 건강] 음주·흡연하고 운동 안하면 정상체중도 식도암 위험 10배

일상서 지키는 암 예방수칙

입력 2024-07-09 11:02
“예방수칙 실천한 적 있다” 성인 40% 불과
과음땐 체중 상관없이 모든 암 위험 증가
금연·적당한 음주·신체활동땐 위험 낮춰
과거 흡연·과음땐 유방암 위험 4.38배 ↑


수십 년째 한국인 사망 원인 1위이고 많은 사람이 두려워하는 암. 흡연과 음주, 건강하지 못한 식습관, 비만, 운동 부족 등이 주요 위험 요인으로 꼽힌다. 평소 생활에서 이렇듯 건강에 해로운 행태만 피해도 암의 40% 정도는 예방 가능하다고 알려져 있다.

국립암센터와 대한암학회는 2006년 10가지 국민 암 예방수칙을 제정해 공표했다. 2016년엔 음주 관련 지침을 더 강화하고 인간유두종바이러스(HPV) 예방접종을 추가하는 등 개정안(그래픽 참조)까지 내놨다. 문제는 이를 지키는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국립암센터가 2021년 성인 40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75%가 암 예방수칙을 알고 있지만 실천한 적 있다는 응답은 10명 중 4명(39.3%)에 그쳤다.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인구집단 대상으로 흡연과 알코올 섭취, 체중, 신체 활동 등 4가지 생활 습관적 수칙 실천에 따른 암 발생 및 사망 위험을 산출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최근 열린 대한암학회 학술대회에서 우수 논문상으로 선정된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오진경 암관리학 교수팀의 연구다.

이에 따르면 비흡연과 비음주, 정상 체중 유지, 주 1회 이상 신체 활동을 하는 ‘가장 건강한 생활습관 조합’에 견줘볼 때 과거 혹은 현재 흡연하고 과도한 음주를 하는 ‘건강하지 못한 조합’은 모든 암 발생 위험을 최대 1.7배, 암 사망 위험은 2.5배까지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식도암과 폐암은 각각 음주와 흡연으로 인해 암 위험이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국민건강보험 데이터를 활용해 2002~2003년 일반건강검진을 받은 성인 남녀 832만5492명(평균 44세)의 암 발생 및 사망을 2018년까지 16년간 추적·관찰했다. 해당 기간 암 발생자는 51만7434명, 암 사망자는 20만9727명이었다.

연구팀은 4개의 생활습관·행태를 각 3단계로 나눠 총 81개 조합으로 구분했다. 흡연은 담배 안 피움(0), 과거 피움(1), 현재 피움(2)으로, 음주는 술 안 마심(0), 하루 50g 이하 알코올 섭취(1), 하루 50g 초과 알코올 섭취(2)로 설정했다. 하루 50g 알코올 섭취는 소주 기준 한 병 정도에 해당한다.

신체 활동은 주 5회 이상 고강도 운동(0), 주 1~4회 운동(1), 주 1회 미만 운동(2)으로, 비만도는 아시아태평양 기준 체질량 지수(BMI·체중을 키의 제곱으로 나눈 값) 23 미만의 정상 또는 저체중(0), 23~24.9의 과체중(1), 25 이상의 비만(2)으로 정했다. 이어 가장 건강한 조합과 비교해 나머지 조합들의 암 발생·사망 위험을 산출했다. 성·연령, 만성 간염 유무 등 다른 변수에 대한 보정을 거쳤다.

주요 분석 결과를 보면 ‘가장 건강한 조합’ 실천자는 남성 6%, 여성 15%에 불과했다. 이에 대해 오 교수는 8일 “해당 연구에 쓰인 데이터는 20년 전 것이어서 숫자에 주목할 필요는 없다. 당시보다 현재 음주율은 큰 변화가 없지만, 흡연율은 많이 떨어진 상황이다. 중요한 것은 예방수칙 준수율이 지금도 여전히 높지 않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과도한 음주는 흡연, 신체 활동, 체중 상태와 상관없이 모든 암 위험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또 과거 혹은 현재 흡연은 음주 여부와 상관없이 모든 암 위험을 높였다. 특히 ‘과거 흡연과 과도한 음주 조합’은 정상 체중 유지, 매우 활발한 신체 활동에도 불구하고 암 위험을 1.69배까지 끌어올렸다. 담배를 끊고 적당한 음주와 신체 활동을 하며 정상 체중인 사람의 암 위험이 가장 낮았다. 암 사망 위험은 현재 흡연, 과도한 음주, 주 1회 미만 신체 활동 조합에서 체중이 정상이어도 2.48배로 가장 높았다.

이번 연구가 더욱 의미가 있는 것은 4개 생활습관·행태 조합에 따른 주요 암종별 위험도를 산출했다는 점이다. 해외에선 관련 연구가 꽤 있지만, 국내에선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음주는 식도암과 간암 위험을 유의미하게 증가시켰다. 흡연은 음주나 신체활동, 체중과 상관없이 폐암 위험을 높였다. 흡연과 음주를 동시에 하면서 운동을 안 하면 정상 체중이어도 식도암 위험이 10배 이상 높아졌다. 폐암의 경우 흡연을 하면 술을 마시지 않아도, 정상 체중이어도, 신체활동이 활발해도 위험도가 3.42배 상승했다.

위암은 과거 담배를 피웠으며 음주를 많이 하고 과체중이면 운동을 매우 열심히 해도 발생 위험이 2.16배 증가했다. 대장암은 담배를 끊었어도 과음하면, 체중을 정상으로 유지하고 열심히 운동해도 위험이 3.7배 높았다. 간암은 현재 흡연·과음하며 비만까지 있으면 신체활동을 아무리 활발히 해도 위험이 2.31배 상승했다. 유방암은 과거 흡연, 과도한 음주에 운동까지 안 하면 정상 체중이어도 위험이 4.38배 높았다. 과거 흡연, 과음에다 비만이 있으면 운동을 적당히 하더라도 유방암 위험은 5.34배로 뛰었다.

오 교수는 “암 예방수칙을 알고 있어도 지키기 않으면 소용없다. 특히 음주와 흡연은 다른 수칙보다 암 위험을 높이는 우선순위에 있음을 알 수 있다. 두 가지 예방수칙만 잘 지켜도 암 위험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음주와 흡연을 동시에 하는 경우도 많은데, 남성의 경우 40%에 달한다. 담배 피우고 술까지 마실 경우 암 발생에 미치는 상승효과 관련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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