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복에서 드레스·양장으로… 전통 - 서양복식 공존한 조선 개화기

한복에서 드레스·양장으로… 전통 - 서양복식 공존한 조선 개화기

경운박물관, 그시절 복식문화 전시

입력 2024-07-10 13:12
깁슨 스타일 양장을 한 순헌황귀비(왼쪽)와 당시 드레스 재현품. 경운박물관 제공

서양 드레스를 입고 꽃무늬 코사지와 타조 깃털로 한껏 머리를 치장한 사진 속 순헌황귀비 엄씨(1854∼1911)의 태도가 당당하다. 순헌황귀비는 대한제국 고종의 후궁으로 마지막 황태자인 영친왕의 어머니다. 그가 고종 황제 퇴위 후인 1907년 찍은 사진 속의 이 드레스는 개항 이후 격동의 현대사에서 황실과 상류층이 서양 패션 문화 수입의 전원지였음을 보여준다.

한국의 근대 서양문물 도입기의 복식문화를 보여주는 전시가 서울 강남구 삼성로 경기여고 경운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전시 제목은 ‘모던의 유혹, 황실 종친 맹현가 이야기’이다. 고종의 사촌인 완순군 집안 맹현가의 기증 유물과 대여 유물로 전시를 꾸렸다.

전시의 도입부는 순헌황귀비의 깁슨 스타일 드레스를 재현해 관람객의 흥미를 돋운다. 깁슨 스타일은 1890년대 미국 여성의 미의 기준까지 바꿔버렸다는 삽화가 찰스 다나 깁슨의 삽화 속에 등장하는 여성의 패션으로 한국을 찾은 선교사 부인들에게 인기가 있었다. 순헌황귀비도 유행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1부 ‘전통과 모던이 공존한 혼례’에선 맹현가의 결혼 풍습이 전통 혼례 차림에서 점차 신식으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여준다. 문화가 섞이며 순백의 한복 웨딩 차림도 등장한다. 2부 ‘한복의 변화와 모던 드레스’에서는 일반 여성들은 여전히 한복을 착용하는 가운데 서구 모던 바람을 일찍 접한 황실 여성, 개화파 부인, 해외 유학파 신여성들이 양장을 입기 시작하면서 생긴 복식의 충돌을 조명한다.

3부와 4부는 남성 복식의 변화를 다룬다. 갑오개혁과 을미개혁을 거치며 전통복식과 서양복식을 혼용하는 남성 패션의 변화상을 읽을 수 있다. 금관조복은 관복으로서의 역할이 축소돼 1900년대부터도 회갑연 등 가족행사에서나 입는 옷이 됐다. 갓을 대체하기 시작한 파나마모자, 중절모, 실크햇 등을 볼 수 있다. 전시는 27일까지.

손영옥 미술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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