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또 ‘거부권’ 채상병 특검법, 여야 협의해 위헌성 없애라

[사설] 또 ‘거부권’ 채상병 특검법, 여야 협의해 위헌성 없애라

입력 2024-07-10 00:35

나토 정상회의 순방차 미국 하와이를 방문 중인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채상병 특검법안’에 대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했다. 취임 이후 15건째이자 22대 국회 들어 처음으로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다. 앞서 윤 대통령은 21대 국회 때인 지난 5월에도 채상병 특검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일면 남발되는 것처럼 비칠지 모르나 그렇다고 문제투성이인 이런 법안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도 없었을 것이다.

이번 법안은 지난해 7월 해병대 채모 상병이 실종자 수색 작전 중 숨진 사건을 해병대수사단이 조사해 경찰에 이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실이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규명하겠다는 게 골자다. 하지만 법안은 5월 때와 마찬가지로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이 여당과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한 것이다. 게다가 5월에도 지적됐던 위헌적 조항이 고쳐지지 않은 것은 물론, 오히려 당시보다 더 개악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재발의된 법안은 특검한테 기존에 기소된 사건의 공소 취소 권한을 부여했고, 채상병 사건은 물론 파생된 관련 사안을 모두 수사하도록 했다. 또 특검 권한을 사실상 야당이 갖는 건 물론, 기한 내 특검 미임명 시 임명을 간주하는 규정도 추가됐다. 한마디로 ‘만능키’ 법안인 셈이다.

국회로 다시 돌아온 법안을 지금 내용 그대로 재의결하려 해선 안 된다. 적어도 여야 간 협의를 거쳐 헌법상 삼권분립 원칙을 훼손할 소지가 있는 부분을 최대한 배제한 뒤 재의결해야 한다. 그래야 나중에 특검 수사가 이뤄져도 그 결과에 다수 국민이 수긍할 수 있다. 그러지 않고 여당의 이탈표에만 기대 또다시 지금 내용 그대로 밀어붙인다면 헌법적 정당성이 결여된 ‘반쪽 특검법’이라는 평가밖에 듣지 못할 것이다. 마침 8월 중순이면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새 지도부가 들어선다. 이에 맞춰 여야가 특검법 수정안을 협상하면 좋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