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파리올림픽에서 배드민턴 여자 단식 금메달을 딴 안세영(22·삼성생명)의 배드민턴협회 문제 폭로의 불똥이 난데없이 재벌 총수들에게 튀었다. 관련해서 유튜브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을 둘러싼 가짜뉴스가 확산하면서다. 일부 유튜버들이 올림픽과 관련 있는 대기업 총수를 엮어 ‘조회수 낚시’에 악용하고 있다. 이번 올림픽에서 삼성전자는 글로벌 공식 후원사로 활약했고, 현대차는 금메달 5개를 휩쓴 양궁팀을 40년간 지원했다.
14일 유튜브에서는 두 회장과 안세영 관련 가짜뉴스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유튜버가 3일 전 ‘이재용 회장 안세영 소식에 극대노’ 제목으로 올린 영상은 이날 현재 조회수가 22만을 넘었다. 이 회장이 안세영의 폭로에 소속팀인 삼성생명에 불만을 표시했다는 게 주요 내용이다. 이 회장의 지시에 따라 삼성생명이 안세영을 위한 특별 지원팀을 구성할 예정이라고 덧붙이기도 했다.
삼성전자 측은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기업 차원에서 가짜뉴스에 대응할 계획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삼성전자에서 공식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오히려 논란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이를 사실로 믿는 구독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다. 댓글 약 500개 중에는 허위 정보를 믿고 작성한듯한 ‘이재용 회장님 감사합니다’ ‘배드민턴협회 후원을 중단하라’ 같은 내용이 있다.
정 회장도 가짜뉴스의 타깃이 됐다. 구독자가 15만명에 달하는 한 유튜버는 5일 전 올린 영상에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대한양궁협회 측에 안세영을 도울 수 있는 방법을 알아보라는 내부 지시를 했다”며 “협회 측에 도움을 요청할 경우 물심양면으로 지원할 생각”이라며 거짓 정보를 전달했다. 대한양궁협회 관계자는 “도대체 어디서 나온 이야기인지 모르겠다.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부인했다. 현대차 측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라고 했다.
총수의 유명세를 악용한 가짜뉴스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뚜렷한 제재 수단이 없어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재계에서는 법망을 피해 조회수를 올리기 위해 활동하는 ‘사이버 레커’ 등을 근절하기 위해 규제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이 회장이 특정 코인을 한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퍼졌을 당시 금융감독원에서 나선 바 있다. 금융감독원은 당시 코인 투자와 관련된 이 회장의 가짜뉴스를 포함해 7가지 가상자산 투자 빙자 사기 유형을 소개하고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원식 동덕여대 교양학부 교수는 “사이버 레커들은 확인되지 않는 내용을 과장해 허위 영상을 만들면서도 일부는 사실을 포함해 보는 이에게 혼란을 일으킨다”며 “화제가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해당 내용이 사실인지 한 번 더 확인해보고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백재연 기자 energy@kmib.co.kr
